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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디트로이트 오토쇼 스케치 1 - 미국차 본문
2009년 새해의 첫 모터쇼인 북미 국제 오토쇼(North American International Auto Show:
NAIAS)가 지난 1월 11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25일까지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코보 센터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일반공개는 17일부터)
저는 프레스데이 첫날부터 14일까지 이 오토쇼의 일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동영상 취재를 보조하기
위해 갔던 것이라 며칠 동안 코보 센터를 갔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보고 싶은 차들을 둘러보고
차 안에 앉아볼 수 있는 여유는 부족했습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홈그라운드에서 열린 북미 오토쇼는 확실히 예전에 비해 그 전시규모나 위상이
위축된 모습이었습니다. 발표된 컨셉트카와 신차의 숫자도 줄어들었고 프레스 컨퍼런스의 화려함도
예전만하지 못했죠.
그래도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발표한 차들중에서는 중요한 모델들이 적잖이 보였습니다.
우선 이번 쇼에서 저 개인적으로도, 또 많은 사람들이 베스트로 꼽는 컨셉트카인 캐딜락 컨버지
(Cadillac Converj)입니다.
캐딜락 컨버지는 가정용 전원으로 충전하여 전기모터로 바퀴를 구동하며 배터리가 떨어질 무렵이면
4기통 엔진이 가동하여 배터리를 충전시키므로 운행중 방전으로 멈출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extended-range electric vehicle (E-REV)로 시보레 볼트와 같은 구동계 컨셉입니다.
캐딜락의 크로스오버 비클인 SRX도 북미 오토쇼에서 공식데뷔 했습니다.
GM의 양산모델중 모델체인지된 뷰익 라크로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옆에서 보면 윈드실드가 상당히
차 앞쪽으로 밀려난 캡포워드(Cab-forward) 스타일입니다.
전반적인 비례감과 함께 번잡하지 않으면서도 액센트를 주는 디테일이 잘 조화된 느낌입니다.
시보레 이쿼낙스도 구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마무리가 좋아보이더군요.
GM대우의 라세티 프리미어는 시보레 크루즈로 미국시장에 팔리게 됩니다.
2007년 뉴욕 오토쇼에서 공개된 경차 3총사중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시보레 비트는 시보레 스파크라는
이름으로 양산된다고 합니다.
포드는 예년처럼 코보 아레나에서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었습니다.
이번 모터쇼에서 포드가 발표한 신형 토러스입니다.
토러스는 한때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승용차이기도 했습니다.
1986년 처음 등장한 토러스는 당시 미국차로서는 혁신적인 스타일링과 함께 가격과 성능 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혼다 어코드, 도요타 캠리와 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었죠.
2세대 모델까지만 해도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96년 등장한 3세대 토러스는 당시의 어코드, 캠리와 차별화시키려는 의욕이 지나쳤는지 정말 이상하게
생긴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차별화라는 요소에는 분명히 성공을 했으나 긍정적인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제 판매는 곤두박질을 쳤지요.
2000년에는 도어는 캐리오버 했으나 나머지 부분의 스타일링과 실내를 완전히 바꾼 4세대 모델이
등장했습니다만 3세대로 인해 바닥으로 떨어진 판매를 끌어올리지는 못했습니다.
2005년 무렵 토러스의 일반 판매는 중단되고 렌터카로만 판매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이후 포드 퓨전이 캠리, 어코드의 경쟁차종으로 투입되었고 2008년 모델이어부터는
포드 파이브헌드레드가 토러스로 개명되어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북미 오토쇼에서 발표된 토러스는 일단 외형이나 제원에서 ‘포드가 정신을 차렸나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만한 인상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트렌디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외형과 함께
실내도 괜찮습니다.
LA 오토쇼에서 마이너체인지된 머스탱이 공개되었는데 이번 북미오토쇼에서는 쉘비 GT500이
공개되었습니다. 540마력을 낸다고 하네요.
포드의 력셔리 브랜드인 링컨은 양산 크로스오버인 MKT와 컨셉트C를 발표했습니다.
MKT의 T는 투어링을 의미한다고 하더군요. 3열시트를 갖춘 럭셔리 크로스오버입니다.
컨셉트C는 차세대 포커스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여 짧고 넓은 차체비례를 가지고 있습니다.
1.6리터 이코부스트 엔진에 듀얼클러치 6단 변속기가 조합되어 있습니다.
포드는 다양한 차종에 이코부스트 엔진을 탑재하여 파워와 연비, 환경친화성 모두를 끌어올리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링컨의 기함급인 MKS도 과거라면 V8 엔진 장착이 당연시되었겠지만
지금은 3.7리터 V6 엔진을 얹고 있습니다. 올 여름부터는 이 MKS에 직분사 트윈터보의 3.5리터
이코부스트 엔진이 장착됩니다. 이번에 발표한 MKT에도 3.7리터 V6와 3.5리터 이코 부스트 엔진이
탑재됩니다.
빅3중 가장 위태위태한 크라이슬러는 이번에 기존의 차량을 전기차로 꾸민 EV들과 함께 200C EV
컨셉트를 공개했습니다.
다지 EV를 조금 더 구체화시킨 다지 서킷 EV. 로터스 유로파 S를 바탕으로 만든 전기 스포츠카입니다.
지프 패트리어트 EV
이번에 새로 공개된 크라이슬러 200C의 스타일링은 상당히 좋아 보이던데 그 느낌을 잃지 않고
양산화시킬 수 있을지, 또 그게 가능하다 해도 그럴 여력이 있을지, 또 그때까지 크라이슬러라는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사실 미지수입니다.
이번 모터쇼에서 미국 자동차들은 화려하지는 않아도 내실 있는 차들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경기 침체와 신용경색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자동차 시장이 축소되는 가운데 미국
회사들이 내놓는 신차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현재로서는 전망하기 어렵습니다만 미국차의
경쟁력 자체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신생 자동차 업체인 피스커 오토모티브(Fisker Automotive, Inc.)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인 카르마 하드탑 컨버터블 컨셉트를 공개했습니다. 자동차의 모듈화와 함께 부품회사들의
비중이 높아져가고 또 기존의 가솔린 엔진 대신 새로운 차세대 동력원으로 바뀌어가면서 앞으로는
이런 코치빌더들이 다시 자동차 업계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