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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밀렌 레이싱의 포뮬러크로스

풍딩이 2012. 7. 26. 13:20

지난해 제가 그린 리스 밀렌 레이싱의 크리스마스 카드입니다.



예전부터 SD로 자동차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작품(?)이 모이다보니 개인적으로 달력도 만들곤 했죠. 
리스 밀렌 레이싱에서 퇴직을 한 후에도 종종 들러서 이야기도 나누고 근황도 듣고 하는데 지난 2월 리스가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있는데 나중에 저도 참여해주면 좋겠다는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이메일에는 제 그림과 비슷한, 약간 만화틱한 느낌의 자동차 제작이라는 정도로 언급이 되어있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ATV를 바탕으로 하는 버기카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은 알았는데 그 프로젝트의 연장이더군요.
몇년 전 리스가 ATV를 타다가 뒤집어져 허리를 좀 다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ATV에도 롤케이지를 설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냥 생각만 해두고 있다가 지난해 말부터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ATV에다가 그냥 롤케이지를 두르는 것이 아니라 파이프로 롤케이지를 겸한 섀시를 짜고 거기에 ATV의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서스펜션을 그대로 이식하여 완성하는 키트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된 것이죠.



첫 프로토타입은 야마하 랩터라는 ATV를 도너카로 개발했습니다. 차명은 포뮬러크로스라고 지었더군요.
리스 밀렌은 포뮬러크로스를 단순히 레저용으로 즐기는 키트카로만 생각하고 만든 것이 아니라 원메이크 
레이스까지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다양한 레이스카 중에 레전드카라는 것이 있는데 쉽게 생각하여 카트와 투어링카의 중간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스페이스 프레임에 야마하 모터사이클의 엔진과 변속기를 탑재하고 도요타 리어액슬을 줄인 
구동계를 사용한 경주차지요.  

클래식카 스타일을 5/8정도로 줄인 만화스러운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꽤 빠릅니다.



이와 비슷한 성격이면서 랠리쪽으로는 트로피 카트라는 것이 있는데 이게 가격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최상급인 RS450의 경우 소비자가격이 $17,250이죠.  
게다가 부품도 소량제작이기 때문에 가격이 높고 이에 따라서 유지비도 높을 수밖에 없지요.
포뮬러크로스는 양산 ATV의 부품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구입비용이나 유지비용이 트로피카트보다 저렴합니다.
리스는 포뮬러크로스의 가격을 $4,500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신품이나 중고 야마하 랩터의 부품을 이식하면 완성품이 나오는 거죠.
랩터는 배기량별로 가격이 달라지지만 신품이라도 대략 8천달러 정도이며 중고는 그 반가격에도 괜찮은 매물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포뮬러크로스는 괜찮은 중고 랩터를 바탕으로 할 경우 1만달러 한참 아래에서 차를 완성할 수 있으며 주요 부품이 모두 랩터에서 가져온 양산품이므로 유지비용도 저렴합니다.  리스도 굳이 신품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하며 상태좋은 중고 랩터를 바탕으로 제작한 턴키버전을 $11,000 정도의 가격대에 출시할 수 있을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하고 공구와 장소가 있다면 포뮬러크로스 키트와 랩터를 구입하여 조립을 할 수도 있고 완성품을 곧바로 운전하고 싶다면 턴키로 구입하면 됩니다.
포뮬러크로스 원메이크전은 랠리나 랠리크로스에 출전하고자 하는 미래 드라이버들 육성 프로그램으로 적합할 뿐만 아니라 취미로 오프로드 레이스에 출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적당한 시리즈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포뮬러크로스 프로젝트에서 저는 차에 씌울 미니 랠리카 스타일의 바디를 제작하는 것을 맡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태너 파우스트가 자동차 점프 세계 신기록을 낼 때 사용한 픽업트럭도 리스 밀렌 레이싱에서 만들었는데 그때도 원형 제작에 참여했었죠.  
리스는 바디 원형제작에 아마 2~3주 정도 걸릴 거라고 예기했었는데 제가 보니 4~5주 정도 소요될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래저래 3월까지는 시간이 맞지 않아서 드라이버이면서 용접이나 기계공작등에 재주가 많은 스테판 버디에가 먼저 기초작업을 시작했고 4월 중반이 되어서야 제가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작업에 투입되었을때는 일단 트로피카트의 바디를 씌워두고 거기에서 잘라낼 부분은 잘라내고 붙일 부분은 붙여가기 시작한 상태였습니다.

원래 이런 작업은 클레이를 사용하여 원형을 깎습니다만 비용과 시설문제로 그정도 재료를 사용하지는 못했고  폴리에스터 폼을 사용하여 원형제작에 들어갔습니다.모델링 클레이는 점토에서 이물질을 제거한 뒤 유황과파라핀 등을 함유시켜 약 60도 정도의 온도에서는 말랑말랑해지고 실온에서는 굳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전용오븐에 넣어두어 물러지면 적층작업을 하고 굳어지면 깎아내면서 형태를 잡아나가는 것이죠. 굳어진다 해도 완전히 딱딱해지는 것은 아니고 손톱으로 누르면 자국이 남는 정도입니다. 깎아낸 부스러기는 다시 오븐에서 가열하여 재사용합니다. 폴리에스터 폼은 클레이보다 수정에 시간이 오래걸리고 접착제를 과다하게 사용하면 나중에 깎아낼때 작업성이 떨어집니다. 이래저래 작업속도는 클레이를 사용할 때보다 느릴 수밖에 없었지요.

이번 작업에 사용된 툴의 대부분입니다.  저 외에도 작은 톱과 커터, 그라인더 등도 사용되었죠.

원래 첫 이메일에는 벨로스터를 축소한 형태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으나 막상 제가 작업에 참여했을 무렵에는 

어느 특정차종이 아니라 그냥 해치백의 컴팩트카를 바탕으로 만든 랠리카 형태로 디자인 방향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사실상 현대 벨로스터와 포드 피에스타의 중간 어디쯤이라는 다소 모호한 방향으로 실차 작업에 들어가게 된 셈이죠.

외형디자인의 방향은 리스가 정하고 저는 그에 맞는 비례감을 잡아나가면서 세부적인 표면을 정리해나갔습니다.   

진행하는 도중에 여러번 디자인 체인지나 세부수정이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작업진도는 좀 더녔습니다.  

리스가 처음에 생각했던 3주정도 지났을때는 정말 갈길이 먼 상태였죠.

 
디자인의 제약도 많았습니다.  차체 전체가 한덩어리라는 전제 하에 몰드의 분할선도 생각해야 했습니다.  



리스는 원래 좌우 두개로 갈라지는 2피스 몰드로 하고 싶어했지만 그가 원하는 디자인이 2피스 몰드로는 불가능한


디테일이 포함되어 있어서 결국 4피스 몰드로 결정이 되었고 그 덕분에 자유도가 조금 늘어나기는 했습니다. 




리스도 원형 제작에 직접 손을 댔습니다.


보통은 제가 셀카질같은것 거의 하지 않습니다만... 이번 작업중에는 몇번 셀카를 찍게 되었습니다.  그중에 한컷입니다.







 
일단 왼쪽부분을 만들면서 필요하거나 리스가 원하는 디자인 수정을 한 뒤 이를 그대로 대칭이 되도록 오른쪽 

부분을 만들어나갔습니다.  


3차원 측정기같은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여러개의 템플릿을 만들어 좌우대칭을 잡아나갔죠.   
중심선과 평행하면서 일정 간격을 둔 라인과 중심선에 수직인 여러개의 컨투어라인을 그린 뒤 각 라인에 맞는 템플릿을 만들고 이를 뒤집어 반대편에 최대한 똑같은 표면이 나오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사진에 나온 것보다 훨씬 많은 템플릿을 만들어야 했죠.   


길이방향으로도 많은 템플릿을 만들었습니다.




루시오 세라노씨가 다음단계로 넘어가기 전의 마무리 작업을 함께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는 파이버글래스와 카본파이버 작업의 장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제 작업범위는 폴리에스터 폼으로 원형을 깎는 것까지였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형위에 화이버글래스를 덮어씌웁니다.  그리고 퍼티로 표면을 다시 말끔하게 정리를 하죠.  

그리고 이를 이용해 몰드를 만듭니다.  이 작업이 진행될 때 저는 한국에 있었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고 나니 차가 완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리스도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잘 나왔다며 꽤 만족스러워했고 저도 자유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디자인 변경까지 
자주 있던 작업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런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조건에서 주행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맹준우 선수와도 친하고 저와도 잘 아는 Sergio라는 친구가 
미캐닉으로 동참했는데 제가 원형을 깎았다는 얘기를 듣더니 '아하, 진짜 네가 그리던 만화같은 차 이미지랑 딱 맞네.' 
하면서 웃더군요.

저도 Willow Springs의 Horse Thief Mile에서 진행한 테스트 주행에서 여러 랩을 운전해보았는데 꽤 재미있었습니다.  



프로토타입 1호차는 랩터  YFZ450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45마력을 내는 449cc 4스트로크 5밸브 DOHC엔진에 
5단 시퀜셜 변속기를 장비하고 있습니다.    클러치는 출발할때만 사용하는데 레버로 조작할 수 있도록 
스티어링 컬럼에 장착했습니다.  변속패턴은 모터사이클과 똑같습니다.  
몇번 시프트레버를 밀면 1단으로 들어가고 거기서 살짝 당기면 계기판에 녹색등이 들어오면서 중립임을 알려줍니다.  
레버를 한번 앞으로 밀면 1단으로 들어가고 그 뒤로는 당겨서 시프트업이죠.  
페달은 카트처럼 오른쪽이 액셀러레이터, 완쪽이 브레이크입니다.   

스티어링 기어비는 상당히 빠르지만 이런 카트같은 차에는 잘 맞아떨어집니다. 너무 신경질적이지도 않고 둔하지도 않지요.   랩터 450만 해도 최고속도가 110Km/h 이상인만큼 동력성능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만합니다.   토크가 풍부하여 운전하기 편할 뿐만 아니라 휠베이스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드리프트 컨트롤이 쉽더군요.    차체원형을 만드는 작업도 재미있었고 운전하는 것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포뮬러크로스는 대략 11월무렵부터 키트를 양산할 예정입니다.   키트에는 프레임과 파이버글래스 바디, 시트, 스티어링 메카니즘과 스티어링 휠, 스티커킷 등이 포함됩니다.   디자인 및 원형제작을 했다고 한 대 주지는 않겠지만 아마도 할인은 받을 수 있을테니 나중에 저도 한대 사서 주말에 사막에 가지고 나가거나 레이스에 출전하고 싶어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