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첨단 전기자동차 테슬라 모델 S와 피스커 카르마를 타보았습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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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전기자동차 테슬라 모델 S와 피스커 카르마를 타보았습니다.

풍딩이 2012. 3. 7. 16:23

최근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제품경쟁력은 수년전에 비해 엄청나게 높아졌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잃은 뒤라 시장에서 제품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리겠지요. 그런 가운데 최근 정말 인상적인 미국차들을 잠깐씩 접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테슬라 S였고 다른 하나는 피스커 카르마였습니다. 테슬라 모터스와 피스커 오토모티브는 아마도 현재 미국 자동차 업체중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옴직한 생김새의 전기차가 아니라 이그조틱한 스타일의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들입니다. 테슬라는 순수 전기자동차를, 피스커는 발전용 엔진이 장착된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를 만들고 있지요.

테슬라는 로터스의 섀시를 바탕으로 만든 로드스터로 전기 스포츠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사진 출처 www.teslamotors.com
 
 
한번 충전으로 200마일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항속거리와 정지상태에서 시속 60마일까지의 가속 4초 이내라는 성능은
충분히 매력적이죠.      로드스터에 이은 테슬라의 두번째 라인업은 세단형인 모델 S입니다. 

사진 출처 www.teslamotors.com

마즈다의 치프 디자이너였던 프란츠 본 홀츠하우젠이 이끈 디자인팀은 테슬라 모델 S를 고급스럽고 우아한 세단으로
잘 다듬었습니다. 테슬라 S는 전기자동차라는 것을 모르고 보면 그냥 이그조틱한 고급세단으로 여길만큼 위화감이
없는 형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기자동차이므로 패키징이라는 측면에서 가솔린자동차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전통적인 3박스형을 고집할 필요는 전혀 없었을겁니다. 하지만 패키징의 변화로 인한 디자인의 자유도를
남용하여 SF영화의 소품으로 나오는 자동차같은 디자인이 되었다면 이목을 끌기는 좋을지 몰라도 실구매자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겠지요.
자동차 역사를 살펴보면 너무 앞서나가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차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테슬라는 이런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있는 회사인것 같습니다. 내용은 전기자동차이지만 외관은 전통적인 자동차 비례 범위에서 스타일리쉬하게 다듬고
여유로와진 패키징을 화물공간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테슬라 모델 S의 경우 5+2라는 좌석배치를 선택할 수 있고
차 앞뒤로 트렁크가 있습니다.


가솔린자동차나 하이브리드카처럼 엔진을 탑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부분도 화물칸으로 쓸 수 있는 것이죠.
완전 충전시 40kWh 배터리로는 160마일, 60kWh 배터리로는 230마일, 그리고 85kWh 배터리로는 300마일을 주행할
수 있습니다. 가격대는 $49,900부터 $97,900이며 추가되는 옵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지난 2월 초에 열린 테슬라 모델 X 신차발표회장에서 모델 S를 타 볼 수 있었습니다.



테슬라 모델 X.  7인승 전기 SUV입니다.




행사장에 나온 모델 S는 시험생산차였기 때문에 운전은 테슬라의 드라이버가 맡았고 참가자들에게는 동승기회만
주어졌습니다. 아직 프리프로덕션 차량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마무리가 다소 거친 부분이 있었고 형상만 만들었지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 부품도 보였습니다.


짧은 코스였지만 차의 가속성능이나 슬라럼코스를 빠져나가는 부분에서 몸놀림이 상당히 안정적이면서도 빠르더군요.
물론 숙련된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라는 점도 있었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횡력의 변화에 비하면 차체의 롤이 거의
없었습니다. 배터리가 바닥에 깔려있는 만큼 무게중심이 낮기 때문에 주행안정성이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실감나는
부분이었죠. 짧은 동승체험이기는 했지만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테슬라의 생산은 북부 캘리포니아의 프리몬트의 예전 NUMMI 공장에서 이루어집니다. 테슬라는 본사와 공장이 모두
캘리포니아에 있는 자동차 회사인 것이죠.
테슬라는 지난해 11월에 모델 S의 2012년 생산목표인 6천5백대가 예약판매되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향후 몇년 이내에 모델 S와 모델 X를 합쳐 연간 2만대의 차가 프리몬트 공장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합니다.



테슬라 모델 S 동승기회를 가진 뒤 3주 후, 피스커 카르마를 타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피스커 카르마는 순수 전기자동차는 아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또는 익스탠디드 레인지 일렉트릭 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엔진이 장착되어있지만 이는 구동에 관여하지 않고 발전기를 가동시키는데만 사용되지요.
차를 움직이는 것은 전기모터가 전담하고 있습니다. 직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고도 하지요.

사진출처 www.fiskerautomotive.com

현재 시판중인 차들로는 피스커 카르마와 쉐보레 볼트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쉐보레 볼트는 고속영역에서 엔진출력이
구동륜에 전달되기도 합니다만 피스커 카르마는 엔진과 구동계가 완전 분리되어 있습니다.    


GM의 에코텍 2.0리터 직렬 4기통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이 차 앞부분에 장착되어 있고 650Nm의
토크를 내는 전기 모터 두개가 차 뒷부분에 탑재됩니다.   배터리는 차체 가운데 세로로 길게 세워서 배치되어 있습니다.
센터콘솔 아래로 들어가 있지요.
공차중량은 2404kg, 무게배분은 47/53입니다. 타이어는 앞 255/35WR22, 뒤 285/35WR22 로 굿이어 이글 F1 수퍼카
타이어가 장착됩니다. 6시간 충전으로 80km의 항속거리를 가지며 그 이후로는 가솔린 엔진이로 발전기를 가동하여
생성되는 전기로 계속 주행을 할 수 있습니다.
연료탱크의 용량은 35.7리터이며 연료 만재시 400km를 배터리의 도움 없이 주파할 수 있다고 합니다.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에서 시험한 것으로는 이보다 적은 주행거리를 보였다고 합니다.
EPA 공인연비로는 배터리와 가솔린 엔진 겸용시 52mpg, 가솔린 엔진을 발전된 전기로만 주행할 시 32mpg를 보이고
있습니다.      Car and Driver지의 아론 로빈스씨에 따르면 아무리 연비주행을 해도 도저히 그 수치를 재현해내지
못했다고 하니 실제 연비와 에너지 소비율에 대해서는 약간의 논란이 있을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량생산차이지만 각부분의 마무리는 상당히 좋더군요. 도어 힌지나 패널 모서리 안쪽에 대는 고무부품들의 끝손질도
상당히 좋습니다.   디자이너가 세운 회사답게 차의 스타일은 컨셉트카의 모습을 그대로 양산형으로 재현했습니다.


인테리어는 외관에 비해 덜 화려합니다만 소재와 마무리는 상당히 좋습니다. 실내공간은 상당히 작습니다.


특히 뒷좌석은 키가 작은 제가 타도 목을 세우면 머리가 살짝 천정에 닿을만큼 헤드룸이 좁더군요.
익스테리어는 풀사이즈급입니다만 인테리어는 서브컴팩트입니다.
실내공간을 기준으로 차급을 정하는 EPA분류로 피스커 카르마는 서브컴팩트에 들어갑니다.


트렁크 공간도 협소하죠. 4명이 편하게 타고 골프장에 갈만한 차는 아닙니다.
처음부터 실용성보다는 하이브리드 수퍼카를 표방한 차였으니 테슬라 모델 S와는 접근방식부터가 다릅니다.



뒷자리와는 달리 앞좌석의 공간은 키 큰 사람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습니다.
감각적으로는 그리 넉넉하다고까지 할 수 없을지 몰라도 공간 자체는 충분합니다.


스포츠카라는 감성을 강조하기 위해 다소 타이트한 느낌을 추구한 듯하더군요.   낮은 지붕과 높은 벨트라인 때문에
요즘 대부분의 차들과 마찬가지로 시야는 좀 좁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윈드쉴드 너머로 보이는 보네트의 굴곡이 참
멋스럽더군요. 예전에 잠깐 빌려탔던 82년식 콜벳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 차도 앞유리 너머로 보이는 보네트의
형상이 참 멋지게 투영되었거든요.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버튼을 누른 뒤 센터콘솔에 있는 버튼에서 D를 누르고 브레이크를 풀면 차가 전진하기 시작합니다.
가속페달의 반응성은 적당히 민감하지만 신경질적이지 않고 리니어합니다. 스티어링도, 브레이크도 이질감이 없습니다.
가감속에서 초대 프리우스를 몰때 느꼈던 위화감도 찾을 수 없었고 요즘 현대, 기아차의 전동 파워스티어링에서 느껴지는
게임기같은 어색함도 없이 꽤 자연스럽습니다. 차의 마무리뿐만 아니라 이런 부분의 캘리브레이션에 상당히 많은
신경을 썼겠지요.  


승차감도 스포츠 세단에 기대하는 수준에 딱 맞아떨어집니다. 스트로크가 짧고 댐핑도 단단하지만 불쾌감을 주거나
요철에서 털썩거리지는 않습니다. LA 공항 주변 2마일 남짓한 거리를 운전해 본 것 뿐이라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웠지만 차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게 느껴졌습니다.
프리웨이 진입구간에서 잠깐 급가속을 시도해보았는데 성인 4명이 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빠르고 부드럽게
속도가 붙더군요. 짧은 구간에서 시속 92마일 (147km/h)까지 가속했다가 바로 속도를 줄여서 프리웨이를 빠져나왔습니다.
의도적으로 그정도까지의 과속을 한 것이 아니라 고속안정성이 좋다보니 가속성능을 테스트해보던 중 생각 이상으로
속도가 올라간 것이었습니다. 속도계에 신경을 썼다면 대략 80마일 수준까지만 가속해보았을겁니다.
스티어링 휠의 양쪽에는 패들시프트가 달려있는데 일반적인 변속기와는 달리 좌측은 스포츠모드, 우측은 힐모드
(Hill Mode)입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엔진이 가동하여 전력을 보탬으로써
좀 더 높은 동력성능을 제공합니다. 힐모드는 언덕 구간을 주행할 때 사용하도록 고안되었으며 회생제동 브레이크의
개입이 커지고 가속페달 반응성도 달라진다고 합니다. 이번 시승코스에서 힐모드는 테스트해보지 못했습니다.


직접 운전을 해 본 뒤 다른 저널리스트가 모는 카르마의 뒷좌석에 동승해보았습니다. 저와는 달리 좀 과격하게 운전을
하는데도 차가 잘 받아주더군요. 교차로에서 좌회전과 우회전을 할 때 파워를 강하게 걸어 후륜이 살짝 미끄러지기도
했는데(저는 경찰 무서워서라도 도로에서는 그렇게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때의 움직임도 꽤 절제되어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긴 휠베이스 덕분인지 강한 토크로 파워 슬라이드가 일어나기 시작할때의 요 변화도 급작스럽지
않았고 약간의 미끄러짐이 발생하고 나서 ESP가 개입할때도 파워가 뚝 끊기는 것같은 어색함이 없이 작동하더군요.
사실 성능 자체보다도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스티어링의 느낌이 자연스러웠고 주행감성과 완성도가 높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피스커 카르마의 미국내 판매가격은 $102,000~$116,000입니다.



IT업계에서는 창업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하는 사례가 종종 있지만 자동차 제조업은 그
토양이 많이 다릅니다.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고 비용규모도 큰데다 공장도 갖추거나 생산외주를 주어야 하죠.
뿐만 아니라 손익분기점까지 가는 기간도 긴데다 리스크도 큽니다.  그런 상황에서 테슬라 모터스와 피스커 오토모티브의
성공여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어느 기업이나 제품의 성공과 실패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게 되는데 테슬라 모델 S와 피스커 카르마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첫단추는
훌륭히 끼웠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가 타 본 이 회사들의 자동차를 바탕으로 감히 예측을 해본다면 이들이 거대
자동차 업체들 사이에서 나름대로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