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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애리조나까지 가서 사온 중고 엔진 본문
지금 타고 있는 69년식 비틀은 2003년부터 저와 함께하고 있는 차입니다.
구입할 때 고쳐나가며 탈 프로젝트로 구입했기 때문에 외관보다는 플로어팬의 부식상태와
엔진상태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고 당시 둘러보던 차들 중 그나마 제일 상태가 좋은 녀석으로
구하게 되었죠. 외관이나 인테리어는 제가 구입할 당시부터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군데군데 찌그러진 곳이 있는 바디패널과 여러 번 덧칠이 된 페인트의 상태도 그랬고 여기저기
뜯어진 시트를 비롯한 인테리어도 마찬가지였죠.
고쳐가며 탄다는 애초의 계획과는 달리 경제적인 문제로 그냥 계속 굴러가게 유지하는 수준으로
타다가 지난해 엔진 리빌트를 했습니다. 친한 친구가 가든그로브에서 작은 정비소를 하고
있는데 거기에 맡겼죠. 차 자체가 간단하니까 웬만한 정비는 직접 하지만 전문 미캐닉의 손길이
필요한 경우도 발생하는데 엔진 리빌트도 그런 경우였습니다.
예전에는 저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공냉식 폭스바겐 스페셜리스트인 밥 아저씨네
정비소를 애용했으나 몇 년전 밥 아저씨가 타계하신 이후로는 마땅한 전문정비소를 찾지 못했습니다.
사실 제 친구나 그의 정비소에서 일하는 한국인 미캐닉들은 공냉식 비틀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만
비틀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남미계 미캐닉이 하나 있었기 때문에 별 걱정 없이 차를 맡겼고 엔진재생도
별 문제없이 큰 돈 들이지 않고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빠진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그 남미계 미캐닉이 정리해고 되었고 그 이후 제 차의 누유
문제가 다시 발생했습니다. 누유 문제를 점검하면서 엔진을 내리는 김에 엔진룸의 고무 씰을
교체하기로 했는데 이게 잘 안끼워지더라고 하더군요. 비틀의 엔진룸을 둘러싸고 있는 고무 씰은 냉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엔진룸 하부와 상부를 차단하여 더워진 공기가 역류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죠. 미캐닉이 정 끼우지 못한다면 집에 가지고 와서 직접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나마 기온이
낮은 밤에 차를 찾아왔습니다. 예전에도 비틀 엔진이 살짝 과열된 적이 있는데 당시에만 출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을 뿐 다시 식으면 괜찮아지기에 혹시라도 중간에 과열되면 세워서 식히고 오면
되겠다고 쉽게 생각을 했죠. 그런데 예전 같으면 과열징후를 보이면서도 계속 주행이 가능하던
것과는 달리 고무 씰이 없는 상태에서는 과열초기증상이 곧바로 중증으로 번져나감과 동시에 급격히
출력이 떨어지면서 이상음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급히 차를 세우고 식을 때까지 기다린 뒤 다시
움직여보았는데 일단 데미지를 입은 것은 분명했습니다. 압축이 새는 소리가 났으며 토크도 많이
떨어진 것으로 보아 실린더 하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 하더군요.
아무튼 그런 상태로도 일상적인 주행이 가능하기는 한 상태였지만 조만간 다시 리빌트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급한 일로 발렌시아에 있는 선배형 집에 가던 길에 엔진컨디션이
더 나빠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빠른 시간 내에 정비를 해야 하게 되었죠.
친구네 샵에서 리빌트를 하자니 미캐닉들이 비틀 엔진에 대해 잘 모르고 저 또한 자가정비를 한다고는
해도 비틀 엔진을 완전히 분해 조립해 본 경험은 없습니다.
예전에 헤드를 포함한 엔진 본체인 롱블록을 구입하여 흡배기 시스템과 제너레이터 등을 포함한 나머지
부품을 옮겨 달고 차에 올린 작업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직접 한 적은 있었지만 크랭크케이스까지
분해해본 적은 없었죠. 따라서 중고나 신품 엔진을 구해서 얹고 문제가 생긴 엔진은 시간 있을 때
부담 없이 뜯어서 배기량도 업그레이드 하면서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니 신품이나 워런티가 제공되는 리빌트 엔진의 경우 롱블록이 $1000을
가뿐히 넘고 상태를 알 수 없는 중고 엔진도 몇 개의 매물이 올라와 있었는데 사진으로 보아 상태가 괜찮은
경우는 가격이 높았습니다.
그러다가 thesamba.com에서 $750에 올라온 턴키 매물을 발견했습니다.
에어클리너부터 머플러까지 다 달려있었으며 피닉스 인근의 선시티에서 나온 매물이었습니다.
전화통화를 해보고는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집에서 약 380마일 정도 거리였으므로 렌터카를
빌려 하루에 다녀올 수 있을만한 곳이었습니다. 우선 그날은 오후에 친구네 샵 근처에서 약속이 있던
김에 털털거리는 차를 끌고 가든그로브까지 내려갔습니다. 친구에게 애리조나에 엔진 매물이 나왔는데
사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픽업을 렌트해서 갔다오려 한다고 했더니 친구가 차라리 자기네
미니밴으로 같이 갔다오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더군요.
매일같이 일에 매달려있던 그의 입장에서는 바람도 쐬며 머리도 식힐 겸 동행해주기로 하여 그의
혼다 오딧세이로 선시티에 엔진을 가지러 갔다왔습니다.
I-10을 타고 가다보면 팜스프링스 인근에서 만나게 되는 풍력발전소들입니다.
현재 4천여기 이상의 풍력발전기들이 작동중이라고 하죠.
아침 6시 반쯤 떠나서
아버지와 아들 모두 비틀을 가지고 있는 가정이었는데 아버지의 차에 달려있던 엔진이라고 합니다.
4만마일 정도 주행 후 얼마전 새로 싹 다듬었는데 원래는 리스토어중인 67년식 비틀에 다시 올리려
했으나 아들이 2.2리터로 배기량을 키운 고성능 엔진으로 하자고 하여 결국 이 1.6리터 싱글포트 엔진을
내놓게 되었다네요.
돌아오는 길에 만난 74년식 수퍼비틀
제 차에 달려있던 엔진입니다.
새로 구해온 엔진
새로 구한 중고 엔진을 장착한 다음날 집에서 200마일 떨어진 샌 루이스 오비스포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샌 루이스 오비스포에서 돌아오는 길에 US 101에서…
산타바바라에서 만난 VW 타입 2 마이크로버스
아무튼 엔진 장착 이후 지금까지 별 문제 없이 잘 움직이고 있습니다. 내려놓은 엔진은 심심할때 뜯어보고
재조립할때 튜닝파츠로 교체하여 업그레이드 해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