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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디트로이트 오토쇼 스케치 4 - 중국차 본문
이번 오토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코보센터의 지하전시장인 미시건 홀에 부스를 차렸던
중국 업체들이 메인 전시홀에 자리를 잡은 것이었습니다. 이는 중국 자동차의 위상이 올라가서가 아니라
닛산과 미쓰비시등의 일본 주요 업체들이 불참하면서 전시공간이 남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중국 업체들로서는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은 셈이죠. 이번 북미오토쇼에 부스를 차린 중국메이커는
BYD와 브릴리언스였습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북미 오토쇼를 통해 미국 자동차 시장의 문을 노크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금껏 북미 오토쇼에 차를 전시한 중국 자동차 회사는 창펑, 질리, BYD, 브릴리언스
등이었으나 아직까지 북미 인증을 받지 못했고 판매 네트워크도 구축되지 않았죠.
실제로 중국 업체 중 몇 개나 미국에 상륙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이번 북미 오토쇼에 발표된 중국차들은 아직 국제시장에서 통하기에는 상당히 떨어지는 수준이었지만
그들이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빠르게 발전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해외의 업체를 인수 합병하면서 얻는 기술과 판매망도 중국 자동차 산업의 빠른 발전을 돕고 있습니다만
라이센스나 로열티를 내지 않으면서 선진기술과 디자인을 마구 카피하는 부도덕성, 이에 대해 수치심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파렴치함도 이들이 빠른 발전을 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에서
중국 자동차 메이커가 미국시장 진출에 계속 노력을 쏟을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발표하는 계획들로는
북미시장 진출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지요. 사실 중국 자동차들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들이 발전하면서 가장 먼저 국제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대상이 바로 한국차이기 때문입니다.
BYD의 차들을 보면 스타일링은 모두 여기 저기서 복제해 조합한 엉성한 모습이 전형적인 중국제 짝퉁
자동차의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인 F3DM은 도요타의 구형 코롤라를 연상시키고 F6는 여러 가지 차를 짜깁기한
프랑켄쉬타인을 연상시킵니다.
전시된 F6안에 한번 앉아보았는데 실내의 스타일은 비교적 최근 트렌드를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해도 실물로 보면 엉성하기 그지없습니다. 각 파트의 모서리가 맞지 않고 질감도 형편없으며 이상한
냄새가 나더군요. 플라스틱 사출물에서 나는 것인지 아니면 차량 운반과정에서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껏 중고차를 포함한 그 어느 자동차에서도 맡아본 적이 없는 이상한 냄새였습니다.
적어도 이번에 전시된 BYD의 차들의 내외장에서 보이는 상품성을 이야기하자면 20년전의 국산차보다도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BYD가 휴대전화 배터리 제조업으로 시작하여 배터리 제조기술과 생산량에서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고 투자가인 워렌 버핏이 BYD 오토에 2억3천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보면 그냥 무시할만한
짱깨차 회사가 아니라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BYD는 2025년까지 세계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가 되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히기도 했지요.
현재 전시된 차량의 수준만 놓고 본다면 브릴리언스가 BYD보다 월등히 나아보입니다. 차체와 바퀴의
비례관계가 조금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도 이탈디자인에 맡긴 스타일링 덕분에 기본적으로
익스테리어 디자인이 짝퉁차의 수준은 벗어나 있습니다.
실내의 질감과 마무리 측면에 있어서도 대략 10년전의 국산차 수준에 와 있는듯 하더군요.
적어도 BYD의 차에서 나던 이상한 악취는 나지 않았습니다. 충돌안전성도 많이 좋아져서 최근 모델은
유로 NCAP에서 별 3개 정도를 받아냈다고 하는데 미국 시판을 위한 인증작업과 함께 판매망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중국 자동차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어느수준까지
따라오기는 쉬워도 위로 올라갈수록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점점 발전속도가 늦춰질
소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우주선을 만들어 쏘아올리는 나라에서 자동차 그까이꺼 제대로 못만들겠냐는
생각을 하는 중국인들도 많겠지만 심혈을 기울여 한 대 만드는 우주선과 기준내의 균일한 품질로
대량생산을 해야 하는 자동차는 많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산업에 대한 저변과 제반기술 등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냉전시대 우주개발에 있어서 NASA를 만들기 전에는 미국을 앞서나갔던
러시아에서도 구식차를 양산하는 업체만 있을 뿐 이렇다할 기술력을 가진 자동차 업체가 없다는
것에서도 이는 잘 나타납니다.
물론 중국 정부가 자동차 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중국의 자동차 업체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부품산업이라는 기반과 함께 공산주의적인 사회적 시스템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의 작업의식과 윤리, 선진 자동차의 기술과 디자인을 로열티 한 푼 지불하지 않고 거리낌없이
베끼고도 당당한 부도덕성 등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어느 수준 이상 오르는데 드는 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