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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운행했던 그레이하운드 2층버스 본문
버스에 대해서는 그다지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 지금껏 본 버스 중 가장 인상적인 모델이라면
주저 없이 그레이하운드 2층 버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만 해도 그레이하운드
고속버스가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었고 3축식 2층버스와 2축 단층 버스의 두가지 모델이
운행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2층 버스라는 존재감은 정말 대단했었죠.
미국의 장거리 고속버스를 들여온 모델이라 차내에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 그 당시 다른
고속버스들과는 달랐습니다. 운행거리가 미국에 비해서 짧고 휴게소가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버스에 달린 화장실은 그리 유효한 존재는 아니었겠지만 특이한 기억을 남기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당시 부모님 따라 대전에 있는 조부모님 댁에 갈 때 이 그레이하운드를 타곤 했는데 늘 2층 버스를
타기 원했었죠. 나중에 그레이하운드가 철수하면서 중앙고속이 차량을 인수하여 계속
활용했습니다. 그 이후 폐기되었는지 중고 버스로 수출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린 시절
동경하던 바퀴 달린 탈 것 중 하나였음은 분명합니다.
롱비치에서 열린 포뮬러 D 를 보러 갔다가 뜻밖에 이 그레이하운드 2층 버스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거 무지무지하게 반갑더군요.
이 버스의 이름은 시니쿠루저(Scenicruiser), 모델명 PD-4501 입니다.
PD-4501은 GMC Truck&Coach Division에서 그레이하운드용으로 제작한 버스로 1954년부터
1956년까지 1001대가 생산되었다고 합니다.
PD는 Parlor Diesel을, 45는 좌석 수, 01은45 인승 버스의 첫 시리즈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처음 스타일링 컨셉트는 미국의 대륙횡단 열차의 돔 카(Dome Car)에서 얻은 2층 구조의
버스였다고 합니다. 초기 디자인 컨셉트는 현대 디자인의 거장 레이몬드 로위가 맡았다죠.
전망객차인 돔 카(Dome Car)- 사진출처 Wikipedia, Harvey Henkelmann
대륙횡단 장거리 열차의 전망차 분위기가 나는 GX1의 스케치입니다. 레이몬드 로위의
실제 양산형은 여기서 많이 바뀌었죠. 양산모델의 바탕이 된 프로토타입은 GX2였습니다.
처음에는 디트로이트 디젤에서 제작한 4-71 디젤엔진 두개를 병렬로 연결하고 3단 변속기를
통해 뒤의 두차축 두개중 앞축을 구동했다고 합니다. 디트로이트 디젤의 71시리즈 엔진은
2사이클 디젤로 당시 직렬형밖에 출시되지 않았는데 6-71로는 가속이나 등판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4개통 엔진 두개를 유체 커플링으로 연결하여 탑재했다고 합니다.
71은 실린더 하나의 용적을 큐빅인치로 나타낸 숫자입니다.
좌우에 세로로 탑재된 트윈엔진은 각기 별도의 냉각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으며 오른쪽
엔진에만 시동모터가 장착되어 있어 좌측 엔진은 우측엔진의 시동 이후 유체 커플링을
따라 자연스럽게 따라 돌면서 시동되는 구조였다고 하네요.
아무튼 이 트윈 엔진 구성은 유지보수의 어려움이 많았고 신뢰도나 성능도 떨어졌기
때문에 결국 강력한 싱글 엔진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레이하운드는 3대의 시니크루저에 Mack의 엔진을 탑재해보고 한대는 독일로 공수하여
벤츠 엔진을 얹고 아우토반에서 주행시험을 하는 등 다각도로 대체엔진을 모색합니다.
디트로이트 디젤은 1957년부터 71시리즈 디젤의 V형을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 V8-71이
그레이하운드가 원하던 출력과 경제성을 만족시켰기 때문에 이 엔진과 스파이서 4단
수동변속기가 짝을 이루어 트윈엔진과 3단 변속기를 교체하게 되었습니다.
이 엔진교체 프로젝트는 61년과 62년에 이루어졌고 그 이후로 이 시니크루저는 그레이하운드의
노선에서 70년대까지 활약했다고 합니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현재도 미국에 200여대 정도가 남아있다고 하네요.
남아있는 시니크루저는 교회 버스, 밴드의 투어용 버스 등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개인의
모빌 홈 등으로 개조된 경우도 있고 박물관에서 구입하여 리스토어 한 차도 있습니다.
http://www.pacbus.org/roster/pbm8005.html
http://www.pacbus.org/pbmnews/news06.shtml
http://www.pacbus.org/pbmnews/news17.shtml
http://www.pacbus.org/pbmnews/news18.shtml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운행했던 버스였기 때문에 원래 만화에서 너구리집을 폐차된 시니크루저로
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지금 신문에 실리는 만화는 캐릭터 각자의 성격이 드러날 공간이 없기 때문에 캐릭터의 성격을
나타낼 수 없지만 원래 너구리는 프리랜서 자동차 저널리스트고 강아지는 박물관에서 일하는
미캐닉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에피소드를 모으고 살을 붙여서 이야기를 꾸미게
되면 각 캐릭터의 성격도 더 명확하게 나타낼 수 있겠죠.
포뮬러 D에서 만난 시니크루저는 레드불 소속으로 이번 이벤트에서는 드라이버스 라운지로
활용되고 있더군요. 자동차가 아니라 버스지만 나중에 한대 가지고 싶은 바퀴 달린 존재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