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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모터 프레스 길드 파워트립 본문
모터 프레스 길드(Motor Press Guild)는 자동차 저널리스트와 애널리스트, 그리고 자동차나 관련업체 홍보실 임직원들이 정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모임입니다. 매월 정기모임이 있고 매년 가을 트랙데이를 개최하고 있으며 종종 특별한 이벤트도 개최하고 있지요.
지난주에 열린 파워 트립 (Power Trip)도 그 중 하나입니다.
회원들이 한데 모여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드라이브를 하며 친목도 다지고 자연스럽게 인맥도 강화할 수 있는 그런 이벤트죠.
시승차를 가지고 와도 좋고 자기차를 가지고 와도 좋다고 합니다.
저는 최근에는 다른 일들이 바빠서 시승기를 한동안 쓰지 않았고 그런만큼 시승차도 타고 있지 않아서 제 차로 갔습니다. 최근 들여온 마즈다 3 보다는 클래식한 벤츠 E320 왜건을 타고 갔습니다.
이번 파워 트립의 출발지는 롱비치에 있는 ESI 사무실이었습니다.
ESI는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벤틀리, 크라이슬러 등의 시승차를 관리하고 있는 회사죠.
ESI의 차고
회원들이 타고 온 차들과
ESI에서 관리하고 있는 시승차들이 도착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끕니다.
한쪽에 서있던 오리지널 300SL.
메르세데스에서 가져다 놓은 차가 아니라 개인 소장용이더군요.
파워트립을 시작하기 전 간단한 브리핑이 있었습니다.
출발
롱비치를 지나 팔로스버디스를 거쳐 토렌스의 도요타 뮤지엄에 도착하는 코스였습니다.
회원들이 타고 온 차들이 도요타 뮤지엄 주차장에 늘어서 있습니다.
포드 브롱코와 쉐보레 코베트
선빔 타이거. 도요타 홍보실에 근무하는 마이크 마이클스 씨의 차입니다.
차 이름에 걸맞게 차 안에 호랑이 인형을 놓아두는 센스...
1965년식 도요타 티아라 1900. 신진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조립생산된 퍼블리카와 전면부 표정이 닮았네요.
1966년식 도요타 코로나 1900. 우리나라에서도 신진자동차를 통해 조립생산 되었었죠. 어릴때 택시로 타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 모델은 미국에서 판매에 성공을 거둔 첫 도요타 차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요. 이 차로 인해 도요타가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과 괜찮은 성능의 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시작했으니까요.
1971년식 도요타 크라운. 이 모델 역시도 국내에서 조립생산 되었었죠. 당시 우리나라에서 이 차를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정말 많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의 라이벌이라면 현대에서 조립생산한 포드 20M이었지만 판매에 있어서는 크라운의 압승이었죠.
코롤라 변천사
도요타 밴, 프레비아, 시에나...
도요타 픽업트럭들.
2007년식 FJ 크루저와 1979년식 랜드크루저 FJ40.
도요타 2000GT. 일본 최초의 수퍼카로 인정받고 있는 차입니다.
1967년부터 70년까지 351대만 만들어졌고 그중 수출용 좌핸들 차량은 62대뿐이었으니 상당히 희소가치가 높지요. 작년에 RM 경매에서 1백16만달러에 낙찰되어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된 아시아산 자동차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레이스카도 한쪽. 코너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매년 4월 열리는 도요타 그랑프리 오브 롱비치는 인디카 시리즈입니다만 부대 경기로 ALMS와 도요타 셀러브리티 레이스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같이 개최됩니다.
거기서 키아누 리브스가 탔던 싸이언 tC입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왔던 렉서스.
1996년 100대 한정생산된 도요타 클래식.
1936년 공개된 도요타의 초대 모델인 AA의 스타일을 하이럭스 플랫폼위에 재현한 레플리카 모델입니다.
도요타 박물관은 예전에는 그냥 창고에 차들을 보관해놓은 것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습니다만 현재는 제대로 된 박물관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양산 메이커이다보니 차종이 많아서 적지 않은 전시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차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어서 일부 차종은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지 못한다는 점은 있습니다만 이런 차들을 한데 모아놓고 역사를 보여준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로 올라서려면 그 브랜드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현재의 위치에 도달했고 또 그를 통해 앞으로의 지향점이 어디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이런 박물관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
몇년전 뮌헨에 있는 BMW Welt에 갔을때 함께 다니고 있는 양복을 입은 한국인들 여러명을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그분들 중에 전시차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은 거의 없었고 벽과 난간과 문손잡이 등 건물 내부 사진을 열심히 찍고 계시더군요. 그 일행중 한분께 슬쩍 물어보았는데 현대자동차에서 출장오신 분들이었습니다. 아마도 현대가 박물관 준비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사전조사같은 것은 시작했나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LF 쏘나타 발표현장은 그 이후로도 얼마간 쏘나타 모터쇼라는 이름으로 일반공개되었는데 지난 세대의 쏘나타들이 당대의 배경을 재현한 세트를 바탕으로 전시되어있는것을 보았습니다. 저부터도 스텔라를 바탕으로 만들었던 초대 소나타를 기억하고 있는데다가 Y2 쏘나타의 경우 저희 집에서도 탔던 차였기 때문에 다시 보니 무척 반갑더군요.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이 자가용차를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을 80년대 중후반부터라고 본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는 태어났을 때부터 집에 차가 있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자동차와 관련된 추억도 많을 수밖에 없지요. 자동차 박물관은 단순히 추억거리만을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자동차가 당대에 기술적,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입니다.
LA 인근에도 몇몇 자동차 박물관들이 있는데요, 가장 유명한 곳은 윌셔가에 있는 피터슨 오토모티브 뮤지엄을 꼽을 수 있고 LA 공항 인근에 있는 오토모빌 드라이빙 뮤지엄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토요타 뮤지엄을 비롯해 월리 팍스 모터스포츠 뮤지엄, 그리고 개인 소유 콜렉션을 모아놓은 작은 사설 자동차 박물관도 몇 있지요.
자동차 회사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의 경우 자사의 역사를 좀 더 자세히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관람객인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겠지요. 이번 파워 트립에서도 미국인 자동차 저널리스트들과 예전 신진에서 조립생산했던 코로나와 크라운 이야기를 하며 현대에서 조립생산했던 코니타와 그라나다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분들이 꽤나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어주며 한국 자동차 산업이 그런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잘 몰랐었다고 이야기하시더군요. 물론 한국자동차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던 점도 있겠지만 현대와 기아에서 그런 쪽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아왔던 부분도 클 겁니다.
지난번 BMW Welt에서 뵌 분들이 수집한 자료가 현재 어떤 프로젝트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현대 기아 자동차도 조만간 멋진 박물관 하나쯤은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