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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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그림의 가치

풍딩이 2008. 9. 4. 14:48

나름대로 자동차 만화랍시고 연재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만화계에 대해서는 사실 아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그냥 개인적 경험으로는 만화나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한 가치가

사회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 

뭐 누구나 자기 하는 일이 제일 어렵고 수입이 적다고 느끼기는 하겠죠.  

지금 연재중인 만화의 원고료도 사실상 누구에게 밝히기도 민망한 수준입니다만 만화의

시장 가격 자체가 그래서인지, 아니면 제가 무명의 초보라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스토리 구상하고 그에 맞는 자료를 찾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에 비해서 받는 원고료를

생각한다면 사실 다른 일 하는 게 훨씬 낫죠.  아마 여기서 같은 시간 일용직으로 뛴 멕시칸

불법체류자가 받는 돈이 제가 만화 그리는 것보다는 많을 겁니다
.  

게다가 가끔 느끼는 황당함도 없지는 않습니다.  예전의 표절사건 때에도 그냥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작가도 없는 만화인 것으로 알고 그냥 내용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해명을

들은 적도 있었고, 어느 기자님과 통화를 하다가 , .. 만화 잘 보고 있습니다.” 라는 인사에

.  감사합니다.  그림 그리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서 그걸 어떻게 줄일까 하는 생각 많이

하고 있어요.” 라고 대답하자 깜짝 놀라면서 아니? 그럼 그 그림을 진짜로 다 직접 그리시는

거에요?” 하시더군요.  제 이름 걸고 나가는 만화이니 제가 그림 그리는 게 당연한 것일 텐데

아마도 그분은 제가 스토리만 제공하고 그림은 다른 분께서 그려주시는 줄 아셨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했다면 그림 그리는 분 이름이 같이 올라갔겠죠
. 

사실 보도용 사진이나 직접 찍은 사진도 활용하고 저작권이 걸리지 않는 사진도 집어넣은

적이 있습니다만 제 만화는 기본적으로 제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제가 전문 만화가도 아니어서 문하생이나 어시스트를 둘 만큼의 원고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또 지금까지의 연재 스케줄은 빡빡하긴 하더라도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요
.

만화 그리는 것이 정신적, 육체적인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수입도 별로 없기는 해도 나름

작품활동이라는 재미가 있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병행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계속 하고

있습니다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 전에도 제가 회원으로 있는 모 동호회의 한 회원에게서 지방에 까페를 개업하는데 전단지와

메뉴판에 제 그림을 쓰고 싶으니 무료사용을 허락해달라는 쪽지를 받았습니다.  

다음이나 네이버의 까페 개설이 아니라 건물을 짓고 차와 음식을 판매하는 요식업소를 개업하시는

분이 원고료 한번 정도에 해당할 수준의 돈이 없지는 않으셨을겁니다.

취미로만 그림을 그리는 상태라면 제 그림을 좋아해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을 테고

나중에 까페 오픈 뒤에 찾아가 커피 한잔 얻어 마시는 걸로 만족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카페 전단지와 메뉴판에 그림을 쓴다는 것은 그림 그리는 학생들이 참고자료로 활용하거나

웹에서 보고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저장해둔 것, 비영리인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출처 밝히고 퍼가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이 영리를 위한 부분에 쓰이는 것인 만큼 약간의 성의라도

보여주셨다면 허락을 했겠지만 ‘사용료는 감사하는 마음으로만 드리겠다’는 쪽지내용을 보면

쓰고는 싶은데 돈을 낼만한 가치는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분명하더군요.    

자동차 전문지와 신문에 그림과 만화를 원고료 받고 연재하는 입장이므로 제 그림에 댓가를

지불하고 사용하시는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영리를 위해 사용되는 그림의

무료사용은 허락 드리기 어렵다는 답신 쪽지를 보냈습니다.  

사실 영리 목적으로 그림을 사용하시겠다면 많고 적음을 떠나서 금액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야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제가 너무 돈 밝히는 속물이어서 같은 동호회 내에서 그까짓 것도

허락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사실 죄송한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다음에 귀국하면 시간을 내서라도 지방에 위치한 그 까페에

가보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분의 블로그에 올라온 메뉴판 사진에서 제 그림이

구석에 프린트 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나니 참 황당하더군요.  

결국 제 허락여부에 상관없이 그냥 가져다 쓰셨던 것입니다.  사실 모르고 쓰셨다면 저작권 개념이

없으신가보다 하고 생각할 여지도 없지 않습니다만 저와 오간 쪽지에서 분명히 제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사용하신 것이 더 기분상하는 일이었습니다.

어차피 카페 이름도 바꾸신다고 하시기에 메뉴판 새로 찍을 때에는 제 그림을 빼달라고 이야기

드렸습니다만 그분이 지키실 지의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그거 확인하러 비행기타고 한국 가서

지방까지 내려갈 만큼 돈많고 한가하지도 않으니까요.    

별 일 아닌 것으로 넘길 수도 있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작은 부분이라 해도

창작의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어떤 일이든 좋은 일과 나쁜 일들은 공존하기 마련입니다.  

안정된 고소득 직장에서도 직장 동료나 상사와의 문제로 지속적인 스트레스 받을 수 있는

것이고 그런게 쌓여서 사표를 낼 수도 있겠죠.  좋은 실적을 거두는 세일즈맨이나 서비스직

종사자라 해도 도 한두 명의 진하게 진상떠는 고객 때문에 업종에 대한 회의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는 그냥 가벼운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고 넘길 수 있는 정도지만 이런 일들이

자주 벌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