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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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 Stories

모터 프레스 길드 트랙데이

풍딩이 2010. 10. 2. 15:50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 자주 합니다.

 

일하는 곳도 레이싱팀인데다 주변에 자동차에 대한 열정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그게 보통인 것처럼 여겨졌다고나

할까
, 누구나 다 뭔가에 대한 열정 하나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교회나 다른 곳에서 알게 된 분들 중에는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없고 어떤 분야에 딱히 열정이 있는 것도 아닌 채 살아가는 분들이 꽤 많더군요
.

 

제 경우는 어릴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던데다 자동차에도 여러 분야가 있다 보니 어느 한 분야에 조금 시들해질

때면 다른쪽에 관심이 커졌기 때문에 딱히 지루할 일은 없었습니다
.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조금 떨어지려고 하면

드라이빙 테크닉에 대한 열정이 타오르고 그게 좀 시들해지려 하면 구조학 책을 펼쳐보면서 히히덕거리다가 그게

또 지나면 클래식카에 대한 관심이 마구 커진다거나 하는 그런 식이죠
.   

최근 들어서는 자동차 미디어 관련 활동이 뜸했습니다. 프리랜서때와는 달리 자유시간이 부족해서 시승차 신청도

거의 하지 않았고 글도 자주 쓰지 못했죠
.  바쁘다보니 시간이 워낙 빨리 가서 아직도 마음은 2010년초 같은데

벌써
10월에 접어들었습니다.


 

9월 중반에는 MPG(Motor Press Guild) 트랙데이와 드리프트 연습으로 한 주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버렸습니다. 

벌써
2주 넘게 지났는데 이제서야 포스팅을 올리네요
MPG트랙데이는 제게 있어서 일년중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  예년의 MPG 트랙데이에 대한 포스팅은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

http://beetle69.tistory.com/99

http://blog.dreamwiz.com/beetle69/8491865

http://blog.dreamwiz.com/beetle69/6254903

http://blog.dreamwiz.com/beetle69/6254944

 

사실 자동차 저널리스트라는 업종은 대학에 학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를 특별히 양성하는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  저처럼 어떻게 하다 보니 운 좋게도 독자에서부터 필진이 되는 경우도 있고 잡지사나 신문사에

취직해서 자동차 저널리스트가 되는 경우도 있죠
.

 

국내에서도 MPG 비슷한 단체가 있어서 정기적으로 세미나도 하고 자동차 공부도 함께 하고 그러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사실 자동차라는 것이 꽤 이상한(?) 물건이어서 글을 쓸 때 어려운 점이 많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하죠. 

가끔 기자들 중에서도 이런 부분이 부족한 분들이 있기도 합니다.  
 

 

올해 MPG 트랙데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Fontana에 있는 Auto Club Speedway에서 열렸습니다. 

지난해와 달랐던 점은 트랙이 아니라 공식 숙소인 온타리오 쉐라톤 호텔에서 등록을 하고 아침식사를 한뒤

드라이버즈 미팅까지 갖고 나서 트랙으로 이동해 행사가 시작되었다는 점이죠
.

 

트랙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탄 차는 트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렉서스 LS460이었습니다. 



제 게스트가 두 분 있었던 데다 준회원인 Shlomo Fattal씨까지 동승해 네명이서 큰 세단을 타고 트랙에 올랐습니다. 

크고 무거운 차이므로 다소 출렁대고 무게감도 느껴졌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좋은 성능을 보였습니다. 



두번째로 타본 차는 재규어 XJ 수퍼 스포트였습니다.  시동을 걸면 실린더 형태의 기어 셀렉트 다이얼이

센터콘솔에서 스윽 올라오는 것은
XF에서도 몇번 보았지만 여전히 멋지더군요. 

기어 셀렉트 다이얼 옆에 있는 버튼중 체커기가 그려진 다이내믹 버튼을 누르자 안전벨트가 조금 조여지면서

계기판 조명이 붉은색으로 바뀝니다
.   스포츠 주행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표시죠.  


인테리어의 디자인이 훌륭하다는 것에 감탄을 하면서 패독에서 피트로 들어섰습니다.  출발신호를 받고 트랙으로

들어서 달리는데 느낌이 상당히 좋더군요
.  아주 크고 무거운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스포티한 주행감성을

보여주었습니다
.  스티어링의 반응성도 좋고 가속감이나 제동감도 차의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더군요. 

긴 차체 덕분에 안정적이면서도 그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부정적 요소는 잘 억제시킨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트랙 주행에 어울리는 차는 아니었지만 커다란 4도어 세단을 몰고 그런 움직임으로 트랙을 주파할 수

있다는 것이 의외였기 때문이었는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   그런 측면으로 보자면 이번 트랙데이에서 상당히

기억에 남는 차 중 하나였습니다
.

 

그 다음으로 골라잡은 차는 호치키스에서 튜닝한 시보레 카마로 SS였습니다. 


호치키스는 서스펜션 튜닝업체로 주로 미국차용 파츠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트랙의 매끈한 노면을 달렸기 때문에

승차감에서 어느 정도의 타협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핸들링에 있어서는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더군요
.  카마로 SS는 핸들링에 있어서는 날카롭다고 볼 수는 없었는데 호치키스 토탈 비클 시스템으로

무장한 시승차는 턴인에서부터 코너 탈출
, 다음코너로의 연결에서까지 상당히 절제된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카마로를 산다면 생각해 볼만한 튜닝이었습니다. 

Stage 1 TVS(Total Vehicle System)
의 소매가격도 $817.95이더군요. 

 

이번 트랙데이에는 108대의 차가 준비되었다고 하는데 트랙 주행용 차와 일반도로 시승용차로 구분이 되어

있었습니다
.  윈드실드에 녹색 스티커가 붙어있는 차는 트랙용, 주황색 스티커는 일반도로 시승용이었죠. 

스티커가 두개 다 붙어있는 차들도 몇 있었습니다.

 

녹색 스티커가 붙은 차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서 두리번거리다가 기아 스포티지 R에 올랐습니다. 



파워가 충분한 차는 아니어서 트랙에서 조금 답답한 느낌은 없지 않았으나 핸들링은 이런 종류의 차로서는 꽤

좋은 수준에 올라 있더군요
. 이전에 탔던 차들에 비해 언더 파워였지만 이 급의 차라면 트랙주행보다는

일반도로에서의 주행성과 연비
, 공간 등이 훨씬 중요한 덕목이겠죠. 

 

트랙 위에 차들도 많고 트랙용으로 지정된 차들도 많이 남아있지 않았기에 일반도로 시승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제일 먼저 타본 차는 현대 에쿠스였습니다.  사실 에쿠스는 얼마 전에도 잠깐 몰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진행중인 프로젝트 중 SEMA쇼 출품차가 에쿠스거든요차에 적용된 장비와 가격이라는 점에서는

메리트가 있지만 존재감이 부족한 스타일과 함께 다른 고급승용차에 비하면 뭔가
2%정도 부족한 느낌이

아쉬웠습니다
.  미국의 고급차 시장에 현대가 내놓은 카드로서 과연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만

사실 이 급의 차라면 가격대비 가치보다는 유무형의 감성적인 만족도가 중요할텐데 그런 부분에서는 어딘지

좀 부족해보이는 건 제가 너무 비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서인지 모르겠습니다
. 

SEMA
포로젝트차를 타고 다니다보면 “Is that Hyundai???” 하고 놀라는 사람들은 많이 있고 내부와 장비를

보여주면 감탄을 하기는 합니다만 그런 관심이 실제 잠재구매자들에까지 그대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

 

 

그 다음에는 미쓰비시의 전기차 i MiEV를 탔습니다. 

컨셉트카는 인 휠 모터방식이었으나 양산형은 리어액슬에 모터가 연결된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일본내수용차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어서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었습니다.  깜박이를 켠다는 것이 자꾸 와이퍼를

켜기도 했죠
. 경차라는 구성에서 최대한의 공간과 주행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모퉁이로 배치한 바퀴와

차 바닥에 설치된 배터리로 인해 낮아진 무게중심으로 인해 일본 경차규격의 차폭으로도 꽤나 준수한 핸들링을

보여줍니다
. 차체가 가벼운데다 즉각적인 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 덕분에 짧은 시승에서는 동력성능에 대한

별다른 아쉬움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 
미국에서는 시판가격 3만달러 아래로 출시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더군요.

 

 

점심식사 후에는 다지 바이퍼쪽으로 가보았습니다.  바이퍼는 프로페셔널 드라이버인 새뮤얼 휴비넷이 운전하는

것에 동승기회만 제공되었습니다
.  저널리스트들 중에서도 운전실력이 별로이거나 남앞에서 과시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이 차의 스티어링을 잡고 트랙에 나가면 결과는 뻔하기 때문에 동승만 허락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되더군요
.  시승차 관리사에서 나온 분이 벌써 오늘 동승은 마감이 되었다고 해서 발길을

돌리려고 하는데 크라이슬러 홍보담당자인 스캇 브라운씨가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저와 제 게스트를 슬쩍

끼워주셔서 동승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 



스웨덴 출신의 새뮤얼 휴비넷은 어릴 때부터 북구의 눈길과 빙판길에서 차를 미끄러뜨리고 바로잡는 연습을 하며

자란 뒤 볼보의 테스트 드라이버로 경력을 쌓기 시작하여 볼보 광고촬영의 스턴트 드라이버
, 투어링카 레이서,

드라이빙 인스트럭터등의 경험을 쌓았고 현재는 포뮬러 드리프트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에도 가끔

놀러오곤 하죠
.  아침에 봤을 때는 저를 잘 기억 못하는 것 같았는데 차에 동승했을 때는 오늘은 리스 밀란

레이싱에 출근 안하냐
고 묻더군요.  리스 밀란 레이싱에서 일하기 전 인터뷰를 했을 때 미디어 관련 일로 결근해야

할 경우 미리 말하면 최대한 배려하겠다고 했는데 예전에 같이 일했던 몇몇 사장들과는 달리 리스 밀란은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입니다
. 제가 필요할 경우 정말 충분한 배려를 해줍니다.  

지난번 로터스 에보라 시승이벤트때도 그랬고 이번 MPG 트랙데이때도 이틀을 빼주었죠.  


새뮤얼 휴비넷은 다루기 까다로운 바이퍼를 정말 빠르면서도 비단결같이 부드럽게 몰아 프로다운 드라이빙 스킬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 

 

 

MPG 트랙데이에는 몇 명의 프로페셔널 드라이버들이 동원되는데 이들이 모는 차에 동승을 하여 운전을 관찰하며

배울 수도 있고 이들이 동승을 해서 운전의 문제점과 잘한 점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기도 하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  


아우디의 프로페셔널 드라이버는 스테판 버디에였습니다
.  스테판 역시 포뮬러 드리프트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로

저희 회사에서도 정비나 용접 등의 작업에 종종 프리랜서로 일하곤 합니다
. 프랑스 출신의 그는 고카트와 다양한

포뮬러 레이스에서 경력을 쌓고 랠리로 전향한 케이스죠
.  현재 포뮬러 드리프트에 스바루 임프레자 STi

출전하고 있으며 지난번
X게임 수퍼 랠리에 출전하여 좋은 성과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점심먹으로 가는 길에

스테판이 모는 포드 엑스퍼디션은 자주 탔었는데 트랙에서 그가 모는 차에 동승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 

그 역시 대단히 빠르고 부드러운 운전으로 아우디 TT RS의 성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그 후 아우디 S4를 타고 트랙에 올랐습니다.  이날 타본 차 중 첫 수동변속기 차였죠. 스포츠 디퍼렌셜 덕분인지

예전의 콰트로에 비하면 언더스티어가 현저히 줄어들어 거의
FR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트랙에 잘 어울리는 차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재규어 XJ 수퍼 스포트는 예상하지 않았던 차에서 느낀 성능에

인상적이었다면 아우디
S4는 작년에도 타보았기 때문에 기억했던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임팩트는 없었지만

묵직하면서도 경쾌하다고나 할까
독일차답고 정교한 주행감성 덕분에 무척 즐거웠습니다.

 

미니 쿠퍼도 즐겁게 타본 차였습니다. 대단히 빠른 스티어링 덕분에 프론트가 과도하게 안으로 파고들어 뒤가

바깥으로 밀리는 것이 아니면서도 오버스티어가 나는듯한 느낌이어서 불안정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재미로 치면 전륜구동차에서 최상위급이라고 생각합니다
.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혼다 CR-Z도 타보았습니다.  그날만 해도 고출력차들을 여럿 타보았기

때문에 동력성능에서는 별다른 임프레션을 받지 못했지만 핸들링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 

 

다양한 레이서 경력을 지닌 단 풀러씨가 보이길래 동승을 해도 되겠느냐고 물어보았는데 흔쾌히 허락하셔서 그가

모는 마즈다스피드
3의 동반석에 올랐습니다.   이분도 무척 빠르면서도 부드러운 운전을 구사하시는 분입니다.   

차를 잘 모르는 분들은 이런 분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재미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 속도를 보면 정말 장난

아니게 빠르죠
.  다만 차 안에서는 움직임이 워낙 부드러워서 그런 것이 잘 느껴지지 않는데다 운전도 쓸데없는

기합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 너무 편하게 조작하므로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

양아치 폭주족스런 운전을 추구하면서 자기가 무슨 레이서라도 된 것마냥 착각하는 초보자들은 이런게 진짜

빠른거다
라고 아무리 얘기해줘도 잘 이해하지 못하죠.


 

동승을 마친 후 혹시 제가 모는 차에 동승해서 몇가지 팁을 알려줄 수 있느냐고 여쭈어봤습니다. 

같이 탔던 마즈다스피드 3는 연료가 간당간당해서 다른 차를 물색하다가 머스탱 V6를 골라잡았습니다. 

단 풀러씨는 아침에 밴 라이드(주행 전 오리엔테이션처럼 인스트럭터가 모는 밴에 동승하여 트랙의 레이아웃과

주요포인트를 익히는 과정
)에서 제가 탄 밴을 몬 대니 맥키버씨와는 조금 다른 라인을 보여주었는데 제 운전에는

풀러씨의 라인이 더 맞는듯 했습니다
.  프로 레이서를 포함해 아마추어 중에서도 운전을 잘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보니 고수들의 차에 동승할 기회가 종종 있는데 운전을 똑같이 하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  

빠르게 달리는 사람들은 부드럽게 조작하는 것을 기조에 갈고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으나 브레이킹 포인트나 턴인

포인트
, 라인 등이 미묘하게나마 다 다릅니다.  단 풀러씨는 제가 모는 차에 동승을 한 뒤 패독에서 트랙 그림을

가지고 몇가지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 

트랙에서 제일 중요한 코너가 어딘지 알지?” 

긴 직선 바로 전 코너 아닌가요?” 

맞아. 지금 우리가 돈 트랙 레이아웃에서는 여기하고 여기 이렇게 두개가 되겠지.  그런데 여기에서 진입라인을

제대로 잡으려면 그보다 몇 개 전인 이 코너에서부터 라인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구
.  지금 네가 한 것처럼 여기서

에이펙스를 일찍 잡으면 여기서는 이렇게 되고 저기서는 이렇게 돼서 결국은 미세하지만 백 스트레치 직전

코너에서 충분히 아웃으로 붙기 어려워지거든
.  직선은 직선구간에 들어와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직선 전의

코너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서부터 시작되니까 그 구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려면 여기서부터 미리 준비를 해야

하는거야
.”

..”

그리고 전반적인 비클 컨트롤은 괜찮았어.  마지막 크랭크 코너 전에서의 트레일 브레이킹도 꽤 잘했고..

그런데 시선을 너무 가까이 두는 것 같은데 조금 더 멀리 보라구. ” 


멀리 내다보라는 것은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는 이야기인데 사실 머리로 알고 있다는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지요
.  그렇기 때문에 연습이 필요한 거구요.  MPG 트랙데이는 이렇게 소중한 경험을

제공해주는 이벤트로서 제게는 참 중요합니다
. 끝난 줄 알았는데 하나 덧붙이십니다.

그리고 마지막 헤어핀 앞에 있는 에이펙스 콘(클리핑포인트를 표시하기 위해 세워둔 파일런)은 진짜 에이펙스보다

일부러 조금 더 뒤에 세웠어
.  사람들이 실수해서 에이펙스 일찍 치더라도 코스이탈 하지 않도록 말야.  너 정도면

실수가 아니라 진짜로 에이펙스를 조금 당겨잡아도 별 문제 없을 테니 그건 알아서 해봐
. 딴 사람들한테는

이야기하지 말고
..” 라고 하시더군요.

 

좋은 레슨을 받은 뒤에 로터스 에보라를 타보았습니다. 


에보라는 런칭 이벤트때 타 보았지만 그때는 일반도로였고 이번에는 트랙이라서 또 설레더군요. 

운전석에 오르면 내장재의 질감이나 마무리가 좀 떨어지는 느낌이 들지만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이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고 다 용서가 됩니다
.  가벼운 차체로 경쾌하게 달리면서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내기도 쉽고 잡기도

쉽습니다
.  몇몇 코너에서 조금 욕심을 내서 일찍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파워 슬라이드로 연결이 되면서도 충분히

조종성을 회복할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  다른 차라면 좀 놀랐을 만한 각도까지 미끄러진 적도 있는데

운전하면서는 전혀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여유롭게 적정량의 카운터 스티어를 댈 줄만한 충분한

시간이라고 느껴집니다
.  이정도로 미끄러지면서도 로스가 크다기보다는 코너 출구에서의 각도에 머리를 맞춰서

좀 더 과감하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물론 실제 랩타임을 측정한 것은 아니지만 감성적으로는

정말 스포츠카를 모는 즐거움에서 최고의 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첫날 오전의 하이라이트는 재규어
XJ, 오후의 하이라이트는 로터스 에보라였습니다. 그리고 보니 둘 다 다른

나라에 팔려간 영국 브랜드로군요
.

 

스바루 WRX를 타고 트랙에 나가보려 했는데 벌써 오늘 주어진 트랙주행 시간은 끝났다고 하더군요. 

아쉬웠지만 그 아쉬움을 달래줄 이벤트가 있었으니바로 카트였습니다
레이스 카트는 아니고 레저카트였지만

재미를 주기에는 충분했지요
.  첫 세션에서의 제 베스트 랩타임은 10943이었습니다. 



한 번 더 타보니 109 13이 나오더군요.  다른 저널리스트들 보니 제 기록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운전에 있어서는 중급자 레벨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차에 큰 관심이 없거나, 관심이 있더라도 운전보다는 디자인이나 다른 쪽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과 카트를 타러

가면 당연히 제가 빠르지만 트랙 이벤트에 가보면 제가 그리 빠른 건 아니거든요
.

그래서 대충 그 중간이면 중급자쯤이겠구나 하고 생각해왔습니다.  물론 트랙 이벤트에서는 차의 성능이

제각각이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차가 무거워서 그래라고 하는 것은 그냥 핑계일 뿐입니다.

비슷한 출력과 중량의 차로도 랩타임을 저보다 짧게 끊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런데 일반인들이 아니라 다른 저널리스트들과 비교했을 때 동일한 조건에서의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았네요.

대부분의 미국인 저널리스트들과 비교해보면 제가 무게상의 이점이 있었으니까요.) 제 랩타임이 상위권에

들어가는 수준이었습니다
.   고수의 레벨에 들지는 못할지 몰라도 하수는 아니겠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카트 주행을 마치고는 공식 숙소인 온타리오 쉐라톤에서 만찬이 있었습니다
.

혼다와 아큐라 PR 팀과 같은 테이블에 동석을 했는데 어떻게 하다가 카트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그중 Jon Fitzsimmons씨는 혼다 미주본사에서 가까운 실내 전동카트장에 자주 간다고 하시더군요. 

아까의 베스트 랩타임은 1 09 06이었다고 했습니다. 

원래는 저와 반대편에 앉아있었는데 카트 얘기가 길어지면서 제 옆자리로 옮겨오셨습니다.  그가 자주 가는 토렌스

K1
카트장은 드리프터인 준우 선수도 자주 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혹시 준 맹을 아느냐고 했더니 안다고

하면서 무척 반가와 하더군요
. 공통화제가 많아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며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카트는 저널리스트, PR담당자, 여성 중에서 각각 베스트 랩을 기록한 사람에게 시상과 상품이 주어졌는데

그중에서 베스트 랩타임은
1 08초대였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1 09초대도 그리 나쁜 랩타임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둘째날은 스즈키 키자쉬 터보를 타보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양산모델이 아니라 튜닝한 차량으로 스즈키와 튜닝샵, 잡지사 등이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한 차였다고 하더군요. 

의자가 낮게 고정되어 있던 데다 슬라이딩도 얼마 되지 않아 상급루저 체형인 저로서는 좀 부담스러웠지만 레이싱

버켓시트라 일단 몸은 확실히 고정된다는 점을 믿고 트랙에 들어섰습니다
.  가속페달을 놓을 때 좀 움찔거리는

것만 빼고는 꽤 좋더군요
.  스즈키 키자쉬의 기본기 자체는 아주 훌륭합니다. 

크기가 어정쩡하고 딜러망이 부족하다는 것 등의 요소로 인해서인지 많이 팔리지는 않은 듯 한데 달리기 성능은

상당히 좋은 차입니다
.  이 가격대의 세단 중에서 뉘르부르그링에서 테스트를 하며 개발된 차가 몇 대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  이 가격대의 전륜구동 세단중에서는 아마 최고의 핸들링을 가진 차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 급의 세단 구매자들 대부분에게는 차의 성능, 그 중에서 핸들링은 구매의 최우선 요소가 아니고 가격,

크기, 유지비, 딜러의 위치와 서비스, 리세일 밸류 등이 더 중요하므로 스즈키 키자쉬의 장점이 잘 알려지지

않은 듯 합니다



BMW Z4를 타보고 나서는 포르쉐 카이엔 S의 운전석에 올랐습니다.  


낮은 차체의 로드스터를 탄 직후에 몰았음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이 없는 주행감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도로도 아닌 트랙에서 말이죠.

 

 

그리고 나서 탄 차는 사브 9-5였습니다.  일반도로 주행용으로만 제공된 차였죠.  사브는 개인적으로 꽤 좋아하는

브랜드입니다
. 하지만 제 개인적인 기호를 떠나 최근에는 일반 고객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한 브랜드가 되어버린

것은 사실이지요
.  9-5는 사브가 GM 산하에 있을 때 개발된 차종입니다.  알페온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입실론 2

플랫폼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인테리어에서도
GM의 스위치류가 눈에 띕니다. 



사브가 스파이커 산하에서 부활하기 위해서는 이 차의 역할이 절대적이겠죠.

 

사브까지 타본 뒤 다른 주차장에 마련된 오토크로스 코스로 가보았습니다. 


아우디 A3 TDI가 오토크로스용으로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첫날만 해도 사람이 많았었는데 둘째날 늦은 오전이

되었을 때는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해서 혼자 여러 번 타볼 수 있었습니다
. 

 


다시 트랙으로 돌아와서는 라우쉬(Roush) 스테이지 2 머스탱을 타보았습니다.  

풍부한 토크와 듣기좋은 대배기량 V8 엔진음으로 박력있는 주행감각이 일품이었습니다. 

둘째날 오전에 타본 차의 하이라이트는 포르쉐 박스터 스파이더였습니다.   지난해에는 PDK 변속기가 장착된

박스터
S가 나왔었는데 올해는 수동변속기의 박스터 스파이더여서 반가왔습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크레이그 스탠튼씨가 포르쉐의 프로페셔널 드라이버로 동승해서 라인과 브레이킹 포인트를

잡아주었습니다
. 미드엔진 레이아웃이라 해도 로터스 에보라는 가로배치인데다 차의 앞뒤가 가벼운 느낌이었는데

박스터 스파이더는 좀 더 무게가 퍼져나간 느낌으로 코너에서는 에보라보다 안정적인 느낌이었습니다
.

날카로움이라는 면에서는 에보라가 한 수 위지만 추구하는 드라이빙의 성향에 따라서는 박스터 스파이더를 선호할

분도 많이 계시리라 봅니다
. 

 



스마트 포투 일렉트릭도 타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번호판이 없는 차여서 트랙내의 진입로에서만 몰아볼 수

있었습니다
.  가속감은 미쓰비시 아이미브보다 좀 떨어지는 듯 했고 최고속도도 62mph라고 하더군요. 

현실적인 여건에서 프리웨이 주행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정 제한속도는 시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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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이지만 실제로는 교통상황만 좋다면 보통 75마일 정도로 달리는 것이 LA 주변의 현실이니까요.


MPG
트랙데이에도 전기차가 두 대나 준비된 것은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시사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현대에서 블루온을 발표하면서 세계 두번째 양산 전기차라고 했다던가 뭐 그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현대차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생각하는 제가 보기에도 상당히 무리한 언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BMW 335is 쿠페도 대단히 인상적인 차였습니다.  오래된 구모델인 제 차와 비교하면 여러모로 우수한데다 크기도

완전히 다르지만 여전히 비슷한 성격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브랜드 철학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개발진들이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렉서스 IS-F가 막 패독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이는데 렉서스쪽에 대기자가 아무도 없기에 곧바로 이어받아서

운전석에 올랐습니다
. 그동안 도로에서 IS-F를 잠깐 몰아본 적은 있었는데 트랙에서 달려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저보다 앞서 운전한 저널리스트는 언더스티어가 많이 나더라고, 아마 앞타이어가 다 된 것 같으니 감안해서 타라는

조언을 제게 해주었는데 실제 달려보니까 상당히 뉴트럴한 느낌이었고 코너링중 파워를 걸면 쉽게 뒤를 날릴 수

있었습니다
.  아마도 운전습관의 차이로 인해 그런 부분이 나타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세제어장치도

개입이 난폭하지 않아 약간의 테일 슬라이드는 허용하며 레드존에 다가서면 경고음을 한번 내주어 타코미터를

보지 않고도 패들시프트로 변속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

 

벤츠 E63 AMG도 정말 신나게 타본 차중 하나였습니다.  무게 때문에 가벼운 스포츠카에서 느낄 수 있는 경쾌한

코너링은 아니었지만 굽은 코스에서도 충분한 신뢰감을 주었고 코너에서 반 발짝 뒤진 것을 뛰어난 가속성능과

브레이크 성능으로 직선에서 두 발짝 앞서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은 여러 번 타보았습니다만 이번에도 그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듀얼클러치 방식의 자동변속기로 변속제어가 뛰어나 랩타임을 위해서라면 굳이 수동모드를 쓸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  프로 드라이버들도 스포츠모드에서 제일 좋은 랩타임을 끊었다고 하더군요사실 최근 들어서는

토크컨버터 기반이 되었던 듀얼클러치 방식이던 간에 페달 두 개만 가진 차들이 성능이라는 면에서는 수동변속기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   빠르기를 추구한다면 수동변속기를 고집할 이유가 완전히 사라진 셈이죠.  

개인적으로는 성능 때문이 아니라 조작의 재미와 감성 등으로 수동변속기를 좋아하지만 대세는 자동변속기 내지는

자동화된 기계식변속기로 굳어졌습니다
.  랜서 에볼루션은 일본인 저널리스트 켄지 나카지마씨가 모는 것에

동승한 뒤 제가 스티어링을 잡았습니다
.  두번째 랩 후반에 들어서자 변속기 오버히팅으로 보호모드로

들어가버리기는 했습니다만 온종일 많은 저널리스트에게 혹사당한 것을 생각하면 수긍할 수 있기는 했습니다
. 

이럴 때 보면 여전히 수동변속기가 더 좋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트랙 주행이 끝난 후 다시 카트 코스로 갔습니다.  어제 두 번 타본 덕분인지 다시 타보니 랩타임이 1 08초대로

들어섰습니다
.  단 풀러씨의 조언을 듣고 나서 다시 도전을 하자 1 07 81까지 끊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 Albert Wong

MPG 트랙데이는 늘 재미있었는데 이번 해에는 카트 주행 덕분에 더더욱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운전에 대해서는 제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 늘 궁금했었습니다
.  한때 이만하면 꽤 운전 잘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산 적도 있었는데 경험이 많아질수록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더군요
.  그래도 운전에 대한 노력을

많이 한 것은 사실입니다
.  자동차를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고 직업상의 기회도 보통 사람들보다 많이 있으니까요.  

그만큼 기회가 될 때마다 트랙 주행도 가고 클럽단위의 드라이빙 스쿨이라도 가끔씩 가서 다시 배우곤 한 점에

대해서는 약간의 자부심이랄까 그런 것도 없지는 않죠
.  운동신경 좋은 사람이 제가 노력한 만큼 운전에 열성을

쏟았다면 지금의 저보다 훨씬 나은 수준일 거라는 생각은 합니다
. 당연한 얘기지만 일반인들과 비교하면 제

랩타임이 좋고
, 레이서들과 비교하면 떨어지기 때문에 비교 기준에 따라 차이가 컸는데 레이서만큼의 운동신경과

연습량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도 일반인들보다 자동차에 대한 관심과 경험이 많은 자동차 저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제 운전이 어느 정도인지 대강 알 수 있었다는 것도 나름 수확이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

 

매번 MPG 트랙데이 올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이벤트가 열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수입차 시승회 같은 행사도 있다고 알고 있고 여러 종의 차를 비교 시승할 수 있는 이벤트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규모와 시승환경 등이 아무래도
MPG 트랙데이에 비하면 많이 작은듯 하더군요. 

메이커가 주최하는 기자 시승회와는 달리 자동차 기자들과 PR 담당자들이 주축이 된 모임에서 주관한 행사라는

점도 다른 이벤트와는 차별화된 부분이기도 하지요
.  메이커에서 여는 비교시승의 경우 비교할 경쟁차종은

렌터카를 쓰거나 옵션등급이 다른 차로 일부러 준비하는 반면 자사의 차는 최고의 세팅으로 내보낸다거나 하여

공정한 비교를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지요
.  그리고 단순히 차를 타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동종업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친분을 쌓고 정보도 교환할 수 있다는 면에서
Motor Press Guild가 회원들에게 주는 혜택이 참

많습니다
. 늘 그렇지만 벌써부터 내년도 MPG 트랙데이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