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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이상한 장로님 본문
몇주전 일요일에 있었던 일. 지인과 코리아타운 갤러리아 푸드코트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잡혔다.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웬 할아버지가 우리 테이블쪽으로 오시더니 “나 Y교회 장로인데…”라면서
이야기를 꺼내시네. 지인이 그 교회 나가는 상태라 그분을 알아보고 그러는가 했는데 그게 아니라 나보고 자기네 교회
나오라는 거더라. 그런데 나는 그 교회 영어예배에 쭉 나가고 있었거든. 최근 이사를 한 관계로 집 근처 교회로 옮기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뭐 간략하게 ‘저도 Y교회 EM(영어예배) 나가요. 얼마 전에 이사를 해서 이제 가까운데 교회
찾아보려구요.’ 정도 얘기했더니 이 장로님 아예 우리 테이블에 앉아서 자기 얘기를 시작하신다.
지인은 주문한 음식 받으러 가고 나만 덜렁 그 장로님 얘기 듣고 앉아있는데 이건 뭐 자기 잘난 얘기뿐이네.
자기가 썼다는 표지도 촌스런 책을 꺼내 보여주고는 그걸 백악관에 보냈더니 대통령도 읽어봤고 부통령이 고맙다고
답장을 보내왔다네? 주섬주섬 뭘 또 꺼내는데 그게 증거라는 그 답장. 백악관에서 발송된 편지에는 우표가 붙지
않는다는 것을 몇 번 강조하면서 편지봉투를 자꾸 보여주신다.
‘크레딧카드 선승인 났으니 신청하셔요~하는 찌라시 편지에 동봉된 반송봉투도 우표 안붙여도 되던데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다시 삼키고 예의상 경청하는 척이라도 했지.
이 장로님 내가 영어 못 읽을까봐 자기가 노란 노트장에 한글로 번역해 적은 것을 꺼내들더니 낭독까지 해주시네.
영어 편지는 간단한 몇줄이던데 그 장로님이 적은 노트는 한페이지 빼곡하더라. 영어의 함축률이 글케 높았었나.
글구나서도 뭐 지가 안수기도 해줘서 누가 병이 나았네 어쩌네 계속 이어지는 지 잘난 얘기.
뭐 가끔은 ‘이게 다 예수님 덕분’ 이라는 예의성 멘트를 살짝살짝 날려주기는 하나 지 잘난 이야기 나오는 빈도에 비하면
그냥 끼워팔기 수준이었지. 10분 정도는 예의상 들으면서 경청하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이거 끝이 나지 않겠더라.
밥가지러 간 지인은 왜 안오나 하고 두리번거리다보니 저쪽에 따로 앉아 계시네.
그 사이 이 장로님 백악관에서 보낸 편지에는 우표가 붙어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한 다섯번은 한 것 같은데 평일 저녁에
같은 장소에서 이분을 만났더라면 어디서 약주 거하게 하셔서 술김에 한말 또 하고 또 하고 하는 줄 알았을걸 주일
대낮인데 설마 장로 타이틀 가진 분이 취중전도를 하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내가 그분 눈에 멍청해 보여서 한두번
얘기해서는 못알아들을 넘으로 보였나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듣기 재미있는 이야기도,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아닌 듣기 거북한 지잘난 얘기 들어주는 것도 30분이 지나가자
그동안 증폭된 짜증이 폭발 직전 수준에 도달하더라. 아무리 내가 연장자를 공경하는 문화 속에서 자랐다고 해도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대충 네~ 네 하고는 자리를 먼저 일어나버렸다. 이러다 짜증 폭발하면 누군가가 그 순간을 휴대폰으로
담아서 갤러리아 패륜남이나 무례남으로 인터넷에 올릴지도 모르지. 사실 내가 유명인이었다면 이 장로님이 얘기 시작한지
5분 넘어갔을 무렵부터 ‘이거 몰카구나’ 라고 생각했을텐데 돌이켜보면 30분이나 참고 앉아있던 나도 병신인거지.
저쪽에 앉아있던 지인을 붙잡고 그 장로님 안 보이는 곳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우리끼리의 잡담 하고 있는데 이 장로님
또 다가오신다. 그러더니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달라네? 아 이거 진짜 뭐하자는 건지…
여기서 내 인생의 30분이 넘는 시간을 허비시켜놓고는 또 전화 걸어서 휴대폰 요금까지 내 주머니에서 빼면서(여기서는
받는 사람에게도 요금 부과됨) 헛소리 하시려고 그러는지 정말 짜증이 팍 치솟았다. 나이롱 신자지만 그래도 교회는
나가는 입장에서 거짓말로 이름과 번호 주기는 그래서 전화번호는 정말 못 주겠다고 이야기하고 그냥 이름만 불러줬더니
잘못 받아적더라. 내 이름이 발음도 어렵고 알아듣기도 쉽지 않은게 늘 불만이었는데 이때 만큼은 천만다행.
그러더니 지네 교회 나오라고, 그게 다 나의 인생을 위해 그러는 거라고 한 말씀 하고 가시는데 거 참…. 지잘난 얘기하는
도중 단 한번이라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자 하는 질문도 없었고 관심도 없던 사람이 그런 말 하니 그게 믿음이 갈
리가 있나. 내가 지네 교회 영어예배 나간다고 첨부터 밝혔는데 그 얘긴 어디로 들었는지….
그 따위 인간이 장로랍시고 앉아있는데 내가 우리말예배 나가고 싶겠나. 뭐 다른 장로랑 누가 많이 전도하나 내기라도 한
거겠지. 내가 편한 우리말 놔두고 영어예배 나가는 건 이런 이상한 꼬라지 보기 싫어서거든. 어디가나 이상한 인간은 있기
마련이지만 정말 교회에서 상상을 넘어서는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를 본 게 어디 한두 번이었어야지.
솔직히 그런 인간들 때문에 교회에서 멀어진게 여러 번이라서….
자기 믿음만이 바른 믿음이요, 자기 교회만이 참된 교회요, 자기 전도만이 제대로 된 전도라고 착각하는 이런 또라이들좀
안보고 살았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