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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장로님

풍딩이 2010. 7. 4. 19:48

몇주전 일요일에 있었던 일.  지인과 코리아타운 갤러리아 푸드코트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잡혔다.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웬 할아버지가 우리 테이블쪽으로 오시더니
Y교회 장로인데…”라면서

이야기를 꺼내시네
.  지인이 그 교회 나가는 상태라 그분을 알아보고 그러는가 했는데 그게 아니라 나보고 자기네 교회

나오라는 거더라
.  그런데 나는 그 교회 영어예배에 쭉 나가고 있었거든.  최근 이사를 한 관계로 집 근처 교회로 옮기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뭐 간략하게 저도 Y교회 EM(영어예배) 나가요얼마 전에 이사를 해서 이제 가까운데 교회

찾아보려구요
. 정도 얘기했더니 이 장로님 아예 우리 테이블에 앉아서 자기 얘기를 시작하신다. 

지인은 주문한 음식 받으러 가고 나만 덜렁 그 장로님 얘기 듣고 앉아있는데 이건 뭐 자기 잘난 얘기뿐이네
.


자기가 썼다는 표지도 촌스런 책을 꺼내 보여주고는 그걸 백악관에 보냈더니 대통령도 읽어봤고 부통령이 고맙다고

답장을 보내왔다네
?    주섬주섬 뭘 또 꺼내는데 그게 증거라는 그 답장.   백악관에서 발송된 편지에는 우표가 붙지

않는다는 것을 몇 번 강조하면서 편지봉투를 자꾸 보여주신다
. 

크레딧카드 선승인 났으니 신청하셔요~하는 찌라시 편지에 동봉된 반송봉투도 우표 안붙여도 되던데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다시 삼키고 예의상 경청하는 척이라도 했지
. 


이 장로님 내가 영어 못 읽을까봐 자기가 노란 노트장에 한글로 번역해 적은 것을 꺼내들더니 낭독까지 해주시네
. 

영어 편지는 간단한 몇줄이던데 그 장로님이 적은 노트는 한페이지 빼곡하더라
.   영어의 함축률이 글케 높았었나.


글구나서도 뭐 지가 안수기도 해줘서 누가 병이 나았네 어쩌네 계속 이어지는 지 잘난 얘기
. 

뭐 가끔은
이게 다 예수님 덕분 이라는 예의성 멘트를 살짝살짝 날려주기는 하나 지 잘난 이야기 나오는 빈도에 비하면

그냥 끼워팔기 수준이었지
.  10분 정도는 예의상 들으면서 경청하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이거 끝이 나지 않겠더라. 

밥가지러 간 지인은 왜 안오나 하고 두리번거리다보니 저쪽에 따로 앉아 계시네
.

그 사이 이 장로님 백악관에서 보낸 편지에는 우표가 붙어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한 다섯번은 한 것 같은데 평일 저녁에

같은 장소에서 이분을 만났더라면 어디서 약주 거하게 하셔서 술김에 한말 또 하고 또 하고 하는 줄 알았을걸 주일

대낮인데 설마 장로 타이틀 가진 분이 취중전도를 하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내가 그분 눈에 멍청해 보여서 한두번

얘기해서는 못알아들을 넘으로 보였나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듣기 재미있는 이야기도
,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아닌 듣기 거북한 지잘난 얘기 들어주는 것도 30분이 지나가자

그동안 증폭된 짜증이 폭발 직전 수준에 도달하더라
아무리 내가 연장자를 공경하는 문화 속에서 자랐다고 해도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대충 네
~ 네 하고는 자리를 먼저 일어나버렸다.  이러다 짜증 폭발하면 누군가가 그 순간을 휴대폰으로

담아서 갤러리아 패륜남이나 무례남으로 인터넷에 올릴지도 모르지
.  사실 내가 유명인이었다면 이 장로님이 얘기 시작한지

5
분 넘어갔을 무렵부터
이거 몰카구나 라고 생각했을텐데 돌이켜보면 30분이나 참고 앉아있던 나도 병신인거지.


저쪽에 앉아있던 지인을 붙잡고 그 장로님 안 보이는 곳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  우리끼리의 잡담 하고 있는데 이 장로님

또 다가오신다
.  그러더니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달라네?  아 이거 진짜 뭐하자는 건지
 

여기서 내 인생의
30분이 넘는 시간을 허비시켜놓고는 또 전화 걸어서 휴대폰 요금까지 내 주머니에서 빼면서(여기서는

받는 사람에게도 요금 부과됨
) 헛소리 하시려고 그러는지 정말 짜증이 팍 치솟았다.   나이롱 신자지만 그래도 교회는
 
나가는 입장에서 거짓말로 이름과 번호 주기는 그래서 전화번호는 정말 못 주겠다고 이야기하고 그냥 이름만 불러줬더니

잘못 받아적더라
.  내 이름이 발음도 어렵고 알아듣기도 쉽지 않은게 늘 불만이었는데 이때 만큼은 천만다행.  

그러더니 지네 교회 나오라고
, 그게 다 나의 인생을 위해 그러는 거라고 한 말씀 하고 가시는데 거 참
. 지잘난 얘기하는

도중 단 한번이라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자 하는 질문도 없었고 관심도 없던 사람이 그런 말 하니 그게 믿음이 갈

리가 있나
.   내가 지네 교회 영어예배 나간다고 첨부터 밝혔는데 그 얘긴 어디로 들었는지
.

그 따위 인간이 장로랍시고 앉아있는데 내가 우리말예배 나가고 싶겠나
뭐 다른 장로랑 누가 많이 전도하나 내기라도 한

거겠지
.   내가 편한 우리말 놔두고 영어예배 나가는 건 이런 이상한 꼬라지 보기 싫어서거든 어디가나 이상한 인간은 있기

마련이지만 정말 교회에서 상상을 넘어서는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를 본 게 어디 한두 번이었어야지
.


솔직히 그런 인간들 때문에 교회에서 멀어진게 여러 번이라서
.

자기 믿음만이 바른 믿음이요
, 자기 교회만이 참된 교회요, 자기 전도만이 제대로 된 전도라고 착각하는 이런 또라이들좀

안보고 살았으면 정말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