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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sports

드리프트 첫 연습기

풍딩이 2010. 4. 27. 19:14

2004년 잠깐 동안이었지만 닛산 딜러에서 서비스 어드바이저로 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짧은 경험이었지만 자동차 산업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곳이었던 만큼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던 것과 함께 자동차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친구도 하나 사귀게 된 것이 그 때 얻은 가장 큰 선물이었지요
. 

캄보디아 출신의 미캐닉인 피락은 자동차 정비를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정비사들과는 달리

정말로 차를 매만지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친구입니다
.

그는 현재 글렌데일 닛산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GT-R 스페셜리스트입니다.   그곳에 입고되는 GT-R은  모두 이 친구의 손을
 
거치게 되지요.
 드라이빙에도 관심이 많아 저와도 종종 산길 드라이브를 다녀오곤 합니다.  요즘엔 제가 아래쪽 동네로 이사

오고 이 친구도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했네요
.  얼마 전 친구들과 함께 드리프트 데이를 개최하는데 참가하겠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  트랙을 임대해서 드리프트 연습을 하는 것이죠. 

저도 하고는 싶지만 드리프트 연습을 할만한 차가 없어서 그냥 가서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 차로 연습을

하라고 하더군요
.  사실 저도 의도하지 않은 드리프트라고나 할까, 코너에서 진입실수로 뒤가 날라가는 것을 간신히 잡은

것이 몇 번 있고 의도한 것이라면 미끄러운 노면에서 뒤를 날리고 잡는 연습을 몇 번 해본 수준이라 드리프트 연습을 꽤나

해보고 싶었습니다
.  그 때문에 지난번에 차를 살 때 닛산 240SX BMW E30 3시리즈를 제일 먼저 검색해 보았었죠. 

 


피락이 빌려준 차는 91년식 흰색 닛산 240SX였습니다.  저렴한 후륜구동 쿠페로 드리프터 입문자들에게 인기 높은 모델이죠. 

드리프트 바람이 불기 전에는 중고 가격이 낮았으나 요즘은 상당히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 

240SX
는 일본 내수시장에서는 SR20DET 엔진을 얹었으나 북미시장에서는 픽업트럭과 승용차에 범용에 가깝게 탑재된 KA

시리즈 엔진만 적용되었습니다
.  많은 240SX 오너들이 SR20DET로 엔진을 교체하고 있습니다만 캘리포니아에서는 2년에

한번씩 받아야 하는 배기가스 검사에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런 스왑이 쉽지 않지요
.   제가 빌려 탄 차는 KA24DE 엔진을

얹고 있었으며 서스펜션을 낮추고 디퍼렌셜은
LSD대신 스파이더 기어를 용접한 세팅이었습니다. 





피락은 SR20DET로 엔진을 스왑한 90년식 자주색 240SX로 연습을 했습니다.

 

원래는 아침부터 트랙에서 타려고 했는데 만화 마감이 겹쳐서 오후에 트랙에 도착했습니다. 다들 열심히 타고 있더군요.

 

지난 한 해 동안 맹준우 선수를 따라 포뮬러 드리프트를 취재하느라 늘상 프로 드리프터들의 주행만 보다가 아마추어들의

드라이빙을 보니 어설프기는 했지만 열정이라는 것은 이런데서부터 시작이니까 참 신선해 보였습니다
. 





처음에는 직접 주행하는 대신 아마추어로서는 꽤 많은 경력과 높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리오라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동승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뒤를 날리면서 탄 적이 그리 많지는 않았거든요.


저속영역에서 핸드브레이크를 사용해서 스핀을 유도한 적은 꽤 많이 있습니다만 아주 짧은 턴에서 주로 사용했고 이를 긴

드리프트나 슬라이드로 이어간 적은 빗길에서 몇 번 시도한 것 말고는 거의 없었습니다
.


고속영역에서 좀 빠르게 진입해서 강한 브레이킹으로 뒷바퀴 하중을 빼면서 브레이킹을 조금 늦게 풀고 제동을 완전히 마치기

전에 스티어링을 감는 방법으로 드리프트를 해 본 적도 몇 번 있기는 합니다
.

자주 한 것은 아니고 그나마 대부분은 실수로 우연히 하게 된 것이었지요.


리오의 시범주행은
2단에서 클러치킥으로 뒤를 날리는 주법이었습니다. 클러치킥은 가속페달을 그대로 밟은 채 클러치 페달을

재빨리 밟았다 놓아서 후륜이 휠스핀을 일으키도록 하여 뒤를 날리는 방법입니다
. 

연습장소인 윌로우 스프링스의 발코니 오토크로스 코스는 그리 넓지 않아 속도가 많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클러치킥으로

뒤를 날리는 것이 가장 적합한 방법인 것 같더군요
.

 

 

숙달된 조교의 시범을 본 뒤 직접 실습을 할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은근 긴장되더군요 

아침부터 왔었더라면 원선회와 8자 턴부터 연습했을 테니 부담이 덜할 텐데 첨부터 코스진입이라서 더 그랬었나 봅니다. 

뭐 예상했던 것이지만 생각만큼 멋지게 코스를 돌지는 못했고 원선회 구간에서는 언더스티어로 일관하고 말았습니다.

 

 
초보인 제 손에 맡겨진 240SX는 클러치 킥 직후 스핀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다가도 출력 부족으로 인해 뒤쪽 그립이

회복되면 곧바로 언더스티어로 변하곤 했습니다
.  KA24DE 엔진의 155마력은 드리프트를 계속 유지하기에 좀 힘이 달렸던

점도 있겠지만 드리프트 생초짜인 제가 조작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한 것이 제일 큰 원인이었습니다
. 

예전에 힐앤토를 연습할 때 머릿속에서는 과정 하나하나가 이해되는데 몸은 거기에 따라주지 않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몇 번 타면서 연습시간이 쌓이자 점점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만 드리프트를 하면서 좌우로 방향전환을 하는

것은 잘 되지 않더군요
. 
게다가 제 차도 아닌데 자꾸 타이어와 구동계통에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아 중간중간에 자주

휴식시간을 가졌습니다
.  피락은 시간 아까우니 더 연습하라고 이야기합니다만 제가 좀 소심하다 보니 타이어 마모도

그렇고 혹시라도 클러치가 나가버리거나 다른 문제가 생길까 좀 걱정이 되기도 해서 맘놓고 계속 연습할 수는 없더군요
.

 


오래 전부터 레이스를 해오신 분들중에서는 드리프트를 큰 의미 없는 드라이빙으로 보시는 경우도 있었는데 사실 저도 실습을

해보면서 그런 시각이 좀 더 이해 되기도 했습니다
. 

빨리 달리기 위한 드리프트가 아니라 드리프트를 위한 드리프트 연습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차를 다루는 기술이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분야일 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가지고
논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새로운 즐거움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   그리고 문화의 상당부분은 생활뿐만 아니라 노는 데서 나오기도 하니까요. 

 

드리프트 연습경험이 있는 피락은 연습량에 비해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걱정을 하더군요.  사실 주변에서 스포츠 드라이브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만 진짜 진지하게 접근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피락의 경우는 처음에는 실력이 늘지 않다가 연습량이 쌓이면 어느 순간에 도약하는 드라이버라고 봅니다. 

저는 그래도 다양한 차를 타 본 경험 덕분에 처음에는 좀 빠르게 적응하는데 그만큼 또 한계가 금방 오는 타입이지요.  

 

 

 

아무튼 나중에 제 비틀을 트랙 및 드리프트용으로 개조해서 맘놓고 연습할 수 있도록 해보아야겠습니다. 

뒤가 무거운 차라서 앞바퀴에 하중이 실리지 않아 언더스티어가 나다가도 무게가 실린 뒤쪽이 원심력을 제대로 받으면

쉽게 오버스티어로 변하는 차종이라 드리프트용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차가 될 것은 분명합니다.   

바꿔 말하면 비틀로 웬만큼 드리프트를 구사할 수 있게 되면 다른 차들은 비교적 쉽게 다룰 수 있게 되겠죠.

어떻게 튜닝할까 생각해보니 이래저래 돈은 꽤 많이 들어갈 것이 분명하지만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