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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우리집 새식구 별이 본문
5월 22일부터 6월 8일까지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대략 2년만의 귀국이었네요.
만날 사람들도 많고 할 일도 있어서 우리나라에 머무는 동안에는 블로그 포스트도 못 올렸습니다.
제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것은 5월 22일 새벽이었습니다.
마중 나오신 아버지와 함께 반포의 집에 도착하자 초등학교 3학년인 조카 현승이가 깜짝 놀랄만한
것을 보여주겠다고 하더군요.
“뭔데?” 하고 물어보면서도 속으로는 얼마 전 받은 상장이나 새 장난감이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조카가 방문을 열자 거기서 튀어나온 것은 정말 놀랍게도 커다란 개였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으로 많이 쓰이는 래브라도 리트리버더군요.
아파트 실내에서 키우기에는 좀 큰 녀석이어서 다른 사람의 개를 잠시 맡아준 것인가 했었습니다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작년 10월에 입양을 했다더군요.
별이라는 이름의 이 개는 1996년생으로 개의 기준으로는 상당히 나이가 든 상태이며 단순한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아니라 은퇴한 안내견입니다. 안과의사인 동생이 삼성 안내견 학교에
강연을 나갔던 것이 인연이 되어 결국 시각장애인의 생활을 돕다가 은퇴한 별이를 입양하게
된 것이더군요.
얘가 별이입니다.
잘 생겼죠?
마침 제가 도착한 다음날 삼성 안내견 학교에서 1년에 한번씩 여는 안내견 퍼피데이가 있어서
어머니, 매제, 조카, 별이와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제 도착일 오후 갑자기 별이의 건강에
이상징후가 있어서 삼성 안내견 학교의 치료시설에 입원을 하게 되어 퍼피데이에는 참가를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할 수 없이 주인공을 빼고 나머지 식구들만 참석하게 되었죠.
용인 에버랜드 자락에 위치한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안내견 동상
프리런
행사에 참석한 많은 개들
청각도우미견 시범
탐지견 시범
골든리트리버도 있네요.
그중에서 가장 눈길이 가던 존재는 대부라는 은퇴견이었습니다.
행사장에도 침대위에 누운채로 참석했지요. 삼성 안내견학고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대부는 6월5일에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대부를 보살펴주시던
내사랑 토람이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그려진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이야기를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을겁니다. 한마리 강아지가 안내견이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비용과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갑니다. 안내견 후보는 품성이 좋은 강아지들입니다. 이런 후보강아지들은 생후 7주부터
약 1년간 자원봉사자의 가정에서 사회화 훈련을 받게 되는데 이를 퍼피워킹이라 한다네요.
퍼피워킹은 안내견이 되기위한 기초 적응과정입니다. 안내견 학교의 담당자가 정기적으로
자원봉사자의 집에 방문하여 훈련과 건강관리를 돕게 되며 사료와 강아지장난감 등을 비롯해
사육에 드는 비용도 모두 지원된다고 하는군요.
퍼피워킹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체험한 후보 강아지들은 엄정한
테스트를 통해 걸러진 소수만이 안내견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안내견은 60두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안내견은 시각장애인들의 생활을 도와주는
존재인 만큼 개로서의 본능을 억제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은퇴한 안내견이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도록 보살피는 것도 자원봉사자들에게 맡겨집니다.
저희 집에 와있는 별이도 바로 그런 경우죠. 강아지때부터 키워온 것도 아니고 저는
한국에 있던 2주정도만 함께 생활했는데도 정이 듬뿍 들어버렸습니다.
우연히도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본 영화 중 하나가 말리와 나(Marley & Me)였습니다.
저널리스트 John Grogan의 책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오웬 윌슨과 제니퍼 애니스턴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별이 생각이 나더군요.
한때 누군가의 생활에 큰 도움을 주었던 존재였으며 지금은 우리 가족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별이가 오래도록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