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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종이위의 스케치에서 실차까지 - 자동차 디자인 프로세스 본문
예전에 시보레 카마로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하면서 컨셉트카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여 넣었습니다.
이번에는 컨셉트카와 양산차의 디자인 차이와 디자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자동차 회사마다 회사의 체계와 구조, 문화, 그리고 자동차의 개발 프로세스가 다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내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죠.
우선 자동차 디자인은 크게 외장 디자인(Exterior Design), 내장 디자인(Interior Design),
컬러(Color & Trim)디자인으로 나뉘어집니다.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차량 외부에서 보이는 모든
부분을, 내장 디자인은 차의 실내에서 보이는 모든 부분을 총괄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외장 디자인과 내장 디자인의 경계선은 차 문을 열었을 때 차체에 부착되는 고무 씰링인
웨더 스트립이 끼워지는 철판 접합부(플랜지라고 하죠)를 기준으로 합니다.
컬러와 소재를 담당하는 팀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차의 형태를 잘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트렌드에 맞고 유행을 선도할 수 있는 색채와 함께 인테리어에 쓰일 소재 등을 선정하여
감성품질과 상품성을 높이는 것이 Color & Trim 디자인실의 역할이죠.
자동차 회사에 따라서 디자인실 내에서의 구분이 달라지는데 외장, 내장, 컬러 팀이 확연히
구분되는 경우도 있고 세그먼트 또는 차종별로 팀을 나누어 내외장의 구분이 딱히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디자인 과정의 시작은 ‘어떤 차를 만들 것인가?’ 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시장조사와 경쟁차 분석
등을 통해 제품 기획이 이루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선행 디자인(Advanced Design) 과정이
시작됩니다. 선행 디자인실은 컨셉트카를 디자인하는 별도의 부문으로 양산 디자인실과
분리되어 있습니다. 선행 디자인팀과 양산 디자인팀의 건물이 다른 경우도 있고 아예 선행
디자인을 주로 맡는 위성 스튜디오가 다른 도시에 있는 경우도 있죠.
제품 기획 단계에서는 상당히 구체적인 부분까지 정해지게 되는데 차의 크기, 탑재되는 엔진,
가격대, 시장에서의 경쟁차종처럼 구체적인 부분도 있고 디자인 경향, 주요 예상 수요층의
라이프스타일 등 다소 추상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선행 디자인 과정에서는 이런 기획에
맞추어 창의적인 사고가 중요하며 아이디어 스케치를 통해 차의 기본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는 구동방식과 파워트레인, 캐빈과 화물공간 등의 위치와 점유공간
등이 어느 정도 고려되기는 해도 이미지 중심으로 다양한 아이디어 스케치를 내놓게 됩니다.
포드 머스탱의 컬러스케치입니다. 각부분의 디테일이 정교하지는 않아도 전반적인 차의
비례감과 동세가 나타나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렌더링의 예.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발표된 VW 블루 스포트 컨셉트입니다.
상당히 실차에 근접한 표현을 볼 수 있는 렌더링
여러 아이디어 스케치를 통해 방향성을 잡은 이미지를 구체화시키면서 렌더링과 함께 구조적인
부분이 디자인의 구체화에 본격적으로 접목되기 시작합니다.
합니다. 컨셉트카 중에서도 상상의 나래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차들이 있고 양산 기획이 된 차의
이미지를 구체화시킨 모습으로 공개하여 시장 반응을 살피기 위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요.
지난해 L.A. 오토쇼의 디자인 챌린지에서 최고상을 받은 마즈다 칸 (Kaan).
LA 오토쇼는 매년 캘리포니아의 디자인 스튜디오들을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 챌린지를 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2025년의 모터스포츠라는 주제가 주어졌지요. 디자인 LA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이벤트에서는 실현가능성보다 상상력과 신선한 아이디어를 중요시합니다.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컨셉트카라면 실용성이나 생산성 등의 실질적인 요소보다는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므로 그만큼 디자인의 자유도가 높습니다.
커다란 휠하우스에 꽉 차는 대형 휠을 적용할 수도 있고 유리의 면적이라거나 차체 표면의 곡률에
대해서도 큰 제약이 없습니다.
그러나 양산 개발중인 차를 미리 보여주기 위한 컨셉트카라면 엔지니어링 요소가 중요해집니다.
물론 양산차 프로젝트의 선행디자인 단계에서 나온 컨셉트카만 해도 양산차보다는 여러 부분에서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합니다. 휠의 크기나 각종 의장품의 형상과 재질에서도 그렇죠.
특히 대구경 휠의 경우 차체와 비례감이 잘 맞는 경우 차의 자세를 보기 좋게 해주기 때문에
컨셉트카에는 큰 휠이 많이 쓰이게 됩니다. 양산차도 타이어를 인치업하고 서스펜션을 낮추면
보기에 훨씬 좋아지지요. 물론 일반적인 양산차는 휠의 크기와 타이어의 선택에 따른 성능과
가격의 변수 때문에 시각적인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능을 고려한 사이즈가 쓰이게 됩니다.
양산화를 위한 디자인 과정에서는 선행디자인에서 나온 결과에 많은 변수가 추가로 고려됩니다.
패키징의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하드포인트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조형요소를 구현할
수 있으며 개발과정에서 이 하드포인트를 놓고 설계팀과 디자인팀이 싸우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패키징은 엔진과 변속기, 실내의 구성과 그에 따른 공간, 연료탱크와 화물칸, 서스펜션 등 차의
구성품이 차지하는 공간과 배치를 총괄하는 개념입니다. 패키징 능력은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의
종합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같은 성능을 내더라도 엔진을 컴팩트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면 패키징에서 유리해집니다. 연비가 뛰어나다면 그만큼 연료탱크의 크기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겠죠. 때로는 발상의 전환으로 패키징의 자유도를 높이기도 합니다.
혼다 피트의 경우 연료탱크를 앞좌석 아래로 옮겨 실내공간을 더 넓게 확보하기도 했죠.
패키징은 해당 차의 주요 주행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대체로 유럽차들의 경우
주행성능을 높이기 위해 서스펜션에 할애하는 공간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실내가 좁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죠.
예전에는 이러한 패키징을 바탕으로 디자인 이미지를 3면도화 시킨 테이프드로잉을 많이
사용했으나 요즘에는 디자인 작업이 디지털화 되면서 테이프드로잉이 사라져가는 추세라고 하네요.
디자인 과정에서는 패키징 문제뿐만 아니라 양산성과 그 외의 여러 가지 실현 가능성(feasibility)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차체 패널의 경우 평평한 철판을 한방에 찍어서 도어나
펜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몇 차례에 거쳐 소성변형을 가하여 원하는 형상의 패널을 찍어내게 됩니다.
형상이 복잡할수록 프레스 공정이 늘어나고 그만큼 생산설비가 비싸지며 생산속도가 떨어집니다.
따라서 최종 디자인에는 이런 면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사용되는 철판의 성격에 따라서도 구현할 수 있는 모습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60년대 이전 차들의
디자인 요소중에는 현재의 양산설비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당시의 철판은 요즘 쓰이는 냉간압연강판에 비해 두껍고 연성도 많았기 때문에 좀 더 과격한 변형도
수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철판의 성형성에 대해 알고 있어야 양산 디자인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됩니다. 50년대 미국차의 대표적 디자인 요소였던 테일핀 같은 경우 최근의 강판과
생산설비로 만들 경우 효율성이 낮아지게 되겠죠.
때에 따라서는 차의 전체 형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네트와 펜더의 분할선 등을 바꾸어 성형성에
따른 생산효율을 조정하기도 합니다. 모서리 부분의 형상이 달라짐으로 인해 생산성이
좋아진다면 그 자체로 원가절감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넓은 패널의 경우 너무 평평하면 단면강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곡률을 주거나
패널 아래에 보강재를 넣어야 합니다. 앞뒤 방향으로 충분한 곡률을 주기 어려운 SUV나 상용
밴의 지붕에는 주름을 넣어 길이방향의 강성을 확보하고 가로방향으로 보강재를 몇 개 설치합니다.
물론 철판이 아니라 SMC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사용해 만드는 경우는 그 소재와 공정에
따라 디자인의 자유도와 제약이 바뀌게 됩니다.
아무튼 이정도 작업에 이루어진 뒤 축소모형을 제작하게 됩니다. 축소모델은 실차 크기의모델에 비해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들면서도 아이디어를 3차원으로 표현할 수 있고 수정이 쉽기 때문에
만들기 전에 필수로 거치는 과정입니다. 글을 쓸 때 좋은 생각이 났다가도 그때그때 적어놓지
않으면 ‘어? 아까 괜찮은 표현이 떠올랐는데 뭐였지?’ 하고 잊어버리듯이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번뜩 하고 떠오른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고 이를 3차원으로 빠르게 구현하여 검토하기에는 축소모형이
적합하죠. 디자인실에서 제작하는 스케일모델은 대체로 실제 차의 1/4 크기로 만들어집니다.
일반적으로 프라모델이 1/24, 다이캐스트 모델이 1/18, RC카가 1/12 내지는 1/10 정도임을 감안하면
아주 큰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디자인 과정에서는 이정도 스케일이 되어야지 전반적인
조형감과 비례감, 디테일 등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축소모델 중에서 선별된 아이디어를 풀사이즈 모델로 만들게 됩니다.
물론 디자인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수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생산 이후 판매할 국가의 법규 등에도 맞추어서 디자인을 해야 하니까요. 최저지상고와 각 등화류의
최저, 최고 높이에 대한 규정도 있고 각 램프류의 렌즈 표면적도 최저한계가 있는 등 다양한 규제와
법규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유럽에서는 후방 안개등이 필수이지만 내수나 북미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만큼 이런 부분을 별도의 라이트로 설치하는가, 아니면 리어컴비네이션 램프에 통합시키는가
하는 것도 있습니다. 충돌안전규정도 디자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분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보행자가 충돌했을 때 상해를 줄이기 위한 규정이 발효되면서 이에 따른 부분도
고려해야 합니다. 어차피 완전히 똑같은 디자인으로 세계 각국의 법규와 취향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만큼 이런 사항은 그때그때 다르게 결정됩니다.
예전에는 풀사이즈 모델도 처음부터 수작업으로 만들었으나 최근에는 앨리어스 같은 3D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을 NC 머신으로 깎아서 만드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물론 기계로는 최종적인 표면 마무리가 나오지 않고 또 미세한 수정도 해야 하기 때문에 마무리는
모델러의 손길을 거치게 됩니다. 디지털화된 데이터로 깎은 모델이라도 최종적으로 사람의 손을
거치며 여기저기 수정이 가해지게 됩니다. 자동차의 라인은 여기서의 영쩜몇 mm 차이가
저기까지 연결되면 최종지점에서는 수 mm에서 수 cm까지 차이가 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수정이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죠. 라인의 텐션이라거나 곡면과 곡면이
만나는 부분의 처리 등 여러가지 부분에서 크고 작은 수정이 가해지게 됩니다.
물론 이런 수정에 따라 엔지니어링의 변화도 생기게 됩니다. 디자인 과정이 디지털화 되면서
실차 크기의 모델도 수정하면서 3차원 스캔으로 곧바로 데이터화 되어 설계사항의 검토가
이루어지므로 예전보다 개발 진행속도가 빨라졌음은 물론입니다.
디지털화로 인해 디자인, 설계, 생산을 담당하는 각 부서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빨라진 만큼 문제
발생시 해결방안도 빠르게 나올 수 있게 되었고 전반적인 데이터의 완성도도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빨리 할 수 있는 여건은 좋아졌지만 예전에 비해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의견조율이 더욱 어려워지는 부분도 발생하게 되죠.
특히 최근에는 원가절감이라는 것이 디자인 과정에서부터 강조되고 있습니다.
몰딩이나 장식적 요소에 추가되는 몇백원의 원가 차이를 놓고 이견을 보이는 경우도 허다하죠.
익스테리어에서 비용을 줄이고 그 비용을 인테리어에 쓰는 경우도 있고 이쪽에서는 디자인이
양보할 테니 저쪽 부분은 설계팀이 양보하는 등으로 일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디자이너가 엔지니어의 영역까지 파고 들 필요는 없으나 엔지니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알아듣고, 또 자신의 아이디어를 주장하면서도 그 해결방안으로는 어떤 방향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제안할 수 있는 능력은 필요합니다.
때로는 창의력과 그림실력이 조금 뒤떨어지면서도 세일즈(결국 자기 아이디어를 파는 겁니다) 스킬로
의견을 잘 관철시키는 디자이너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저자식은 말빨로 디자인을 한다니까’ 하는
뒷담화를 듣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디자인 스킬이라는 것은 최종적으로 아이디어를 관철 시킬 수 있는
종합 커뮤니케이션 능력인 만큼 쉽게 무시하거나 비하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이렇게 각 부서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1차적인 검증을 마친 데이터를 반영한 모델을 최대한
실차에 가까운 질감으로 마무리하여 경영진의 승인을 얻기 위한 품평과정을 거치게 되며 여기서
선정된 모델을 바탕으로 디자인 스킨을 작성하게 되죠. 스킨(Skin)은 승인된 모델의 외부 형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예전에는 선도(Line Drawing)라 불리기도 했으며 여러가지 설계도면 작성과
프레스 금형을 제작하기 위한 기준이 되는 도면입니다.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대부분 페인트 처리된 철판이나 플라스틱, 크롬 몰딩이라는 광택 소재와 함께
부분적으로 무광과
디자인의 경우 컬러와 소재의 중요성이 아주 큰 분야입니다.
디자인에서 Color and Trim 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이야기해도 무방하겠죠.
또 원가절감을 위해서도 적절한 소재와 제조공법에 따른 디자인 변수를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익스테리어와 마찬가지입니다만 인테리어의 경우 그 범위와 깊이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시보드에 사용되는 소재의 탄성과 표면 텍스쳐를 비롯해 센터 페시아를 메탈릭한 느낌으로
처리할 것인지, 우드 그레인을 넣을 것인지, 차체컬러로 할 것인지 등의 문제도 차종과 모델
그레이드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최근에는 실내에도 크롬이나 번쩍이는 우드 그레인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태양광을 직접적으로 반사시키는 소재를 인테리어에 사용할 때에는
그 위치와 각도를 잘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운전 중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에서 강한 반사가 일어나 거슬렸던 차종들이 몇 있었거든요.
아무튼 이런 디자인 과정을 거친 차들은 설계과정을 통해 프로토타입으로 구체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가지 시험을 거치면서 양산차의 스펙으로 다듬어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된 차를 만드는
생산설비까지 완전히 갖추어질 때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게 되는 거지요.
이번 포스트에는 디자인 과정만 다루었는데도 상당히 긴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디자인이 끝난 차를 개발하는 과정 또한 그 이상의 스토리들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부품회사의 역량이 완성차 개발에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자동차 산업은 이것뿐만이 아니라 유통, 판매, 정비, 애프터마켓 부품, 튜닝 등 아주 많은 분야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에서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