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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생각을 들게 하는 스티브 유

풍딩이 2009. 1. 27. 17:28

잊을만하면 한번씩 언론플레이를 하여 우리나라 네티즌의 질타를 받는 이가 있다. 

최근에 무슨 여성지와 눈물의 인터뷰를 했다는 스티브 유가 그 주인공이다. 

스티브 유는 유승준이라는 한국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수활동을 할 때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대형가수였다.  한번은 친한 후배와 차를 타고 가는데 유승준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후배가 토렌스에서 여자 속옷 팔면서 날라리 짓은 다 하고 다니던 녀석이 한국 가서는 출세했네.”

라고 혼잣말 비슷하게 내뱉었다.  평소 누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던

후배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어서 내심 조금 놀랐었다.  나는 유승준이 인기를 끌 무렵 그에게

별다른 호감도 없고 반감도 없는 편이었다.  처음에는 인상이 좀 공격적인 느낌이어서 호감보다는

좀 꺼려지는 구석이 없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반듯한 청년이라는 인상이 강해져 그의 팬까지는

아니라 해도 조용히 응원하는 정도로 바뀐 수준이었다.  당시 그는 여성팬뿐만 아니라 많은 남성팬까지

확보하고 있는 흔치 않은 남성 댄스가수였다고 알고 있다. 

아무튼 후배의 말에 나는 그래도 한국에서는 꽤 건실하게 활동하고 있나 보던데?” 하고 약간의

반론을 했다. “에이, . 이 녀석 이러는 거 다 가식이에요.  미국에서 얼마나 망나니같이 놀았는데

갑자기 한국 갔다고 그 새 바른 생활 청년이 되겠어요?  그거 다 소속사와 언론이 만든 허상이라구요.”  

그에 대해 나는 약간 옹호하는 이야기를, 후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철저히 속고 있다는 이야기를

잠시 하다가 화제가 다른 것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 후배의 말을 그리 귀담아

듣지 않았었다.

 

그 대화가 있던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승준은 일본 공연차 출국했다가 그 길로 미국으로 가서

시민권을 획득했다.  연예인들이나 유명인사, 힘있는 자의 아들들의 병역기피는 사실 아주 흔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이때만큼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의 반응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스티브 유가 활동하면서 인기를 얻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파워풀한 댄스와 가창력 같은 요소도 있었겠지만 그가 건실하고 애국심이 강한 모범청년이라는

이미지도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연예 프로그램에서만 쌓은 이미지가 아니라

공익광고에도 출연할 만큼 인정받는 위치였다고 알고있다.

사실 그가 조용히 가수 활동을 하다가 몰래 시민권 취득으로 군 면제를 받았다면 저 정도로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러 차례 당당히 군복무를 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었고

현역도 아닌 공익근무요원으로 판정을 받아 상대적으로 짧고 편한 군생활이 보장되어 있었다. 

그러던 그가 입영영장이 나온 상태에서 귀국보증인까지 세워두고는 공연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고는 일본 공연을 마친 뒤 곧바로 귀국을 하는 대신 미국으로 가서 미 합중국 시민권을 따고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가 시민권 신청을 했다는 둥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이것이 거짓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시민권 신청이라는 것이 본인도 모르게 이루어 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뷰에서는 시민권 취득에 대해 그 과정을 인정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여행이 아니라

유학이나 주재원, 또는 E2 등으로, 또는 불법체류로라도 미국생활을 해 본 한인들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황당한 핑계인지 잘 알 것이다. 

그의 거짓말도 황당했지만 일부 교표들의 행태도 정말 기가 막혔다.  스티브 유가 입국 금지 당한

다음날이었던가 코리아 타운에 갈 일이 있었다.  윌셔가를 지나는데 대한민국 총영사관 앞에

소규모 시위대가 군집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가끔 총영사관 앞에서 시위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그 전에 보았던 것으로는 동물보호단체에서 벌이던 개고기 반대 시위였었다.

그런데 그 날 총영사관 바로 앞을 지나면서 본 것은 정말 너무도 어이없고 황당하게도 스티브 유의

입국금지를 철회하라는 일부 정신나간 교포들의 시위였다.  이 자들이 과연 어느 한국인이 미국

입국이나 비자 신청을 거절당했을 때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기나 했을까 

미국생활을 하면서 일부 교포들의 행태에 기가 막혔던 기억들이 있는데 당시 총영사관 앞에서의

시위가 가장 대표적인 것이었다.  아무리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해도 도대체 이것들이 한국인의

핏줄을 이어받은 놈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물론 시위대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 나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도 있었으나 내가 그 때 느낀 감정은 정말 이것들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당시 스티브 유의 입국금지는 당연한 처사였다그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은 합법이었지만 그

대가로 대한민국 병역법과 출입국 관리법을 명백히 위반했고 이미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하여

국내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주권행사가 입국 금지였을 뿐이다

그 이후로도 그는 여러 차례 국내에 들어오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았다. 

어느 누구라도 외국에 갈 때면 그 목적이 있고 그에 따라 발급되는 비자도 다르다.  유학이 목적인

경우도 있고 취업이 목적인 경우도 있고 관광이 목적인 경우도 있다.  목적에 따라 비자가 다르고

해당 비자를 받기 위한 자격과 구비서류도 다르다.  스티브 유의 경우 관광비자로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것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가정사가 있을 때 국가가 허락하지 않아 귀국을 하지 못한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펼쳐 동정표를 받으려고 했었다.

이런 것 역시 그가 전성기때 보여주었던 당당함과 다른 찌질한 모습이다.   잊을만하면 한번씩

언론플레이를 하는 대신 아예 지난 세월 조용히 있다가 이번에 첫 인터뷰를 했다면 반응이 조금

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수년 동안 때가 되면 한번씩 언론과 인터넷에 화제로 오르고

그때마다 이야기가 바뀌는 사람의 말에 신뢰를 가질 수 있을까?  

사실 그가 괘씸죄라고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도, 또 불공평하다고 푸념하는 것도 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더한 놈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세상살이라는 것 자체가 불공평한 것인데 어쩔 것인가?  게다가 그는 공정한 평가를 받기에는

그 동안 너무 많은 거짓말로 일관해 왔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아마도 이대로는 몇 년이 더 지나도

그가 용서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선 스티브 유 스스로가 진정 용서를 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인터뷰 기사 전문을 본 것도 아니고 그 기사가 실제 대화에 비해 어떻게 편집이 되었는지도

모르기는 하지만 스티브 유 스스로가 자기 문제의 핵심을 전혀 모르고 있는 듯 하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자신과 비슷한 방법으로 병역을 기피한 연예인과 운동선수들도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자신은 입국조차 되지 않는다는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럼 걔들 말고 다른 이들과의

비교는 어떨까?  군대 두 번 간 싸이는? 면제받았다가 문제가 되어 군대 갔다 온 송승헌? 

그는 단지 미국 국적 취득을 통한 대한민국 국방의 의무를 저버린 것 하나만이 그의 잘못이라고

단순히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 그가 바르고 건실한 이미지로 공익광고에까지 출연하며

청소년들에게 끼치던 막대한 영향과 신뢰를 배신한 것이 그의 가장 큰 잘못이었다. 

가깝지 않던 사람에게 큰 사기를 당한 것과 정말 믿던 사람한테 작은 사기를 당한 것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의 성실한 이미지가 진짜였다고 믿었고 또 그 믿음이 컸기에

사소한 이익 때문에 중요한 신의를 저버린 그에게 더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잘못을 인정하고 정면 돌파하는 대신 거짓 변명을 일삼으며 호시탐탐 언론플레이로

복귀를 노리는 것 또한 그의 잘못이다. 

잘 나갈 때 보여주던 당당하고 믿음직한 모습이 아니라 구차하고 찌질한 모습으로 변한 그를

보면 인간적으로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 정도이다.
유승준이었던 그를 기억하는 팬들도 이렇게

변한 스티브 유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낄 것이다.


아마도 스티브 유가 남긴 긍정적인 측면이라면 연예인들과 유명인들, 사회지도층 자제들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보여준 것 하나뿐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