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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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안전의식

풍딩이 2014. 4. 24. 09:29

“안전벨트 매주세요.”
“네에?? 뒷자린데요???”
“뒷자리에서도 안전벨트는 매셔야죠.”
“아니, 세상에 뭐 여기서 레이스라도 하시게요?”

제가 제 차 뒷자리 탄 분들께 안전벨트 매라고 했을때 나왔던 반응들중 하나입니다.
보통은 저정도까지는 아니라도 대체로 '뒷자리에서까지 뭔 안전벨트를 매라고 하냐'는 불만은 한인들을 태웠을때 거의 빠짐없이 나옵니다. 교회에서 어디를 갈때 뒷자리 안전벨트를 매라고 했을때 아무말 없이 그대로 맨 사람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다들 ‘뒷자린데도 매요?’라는 투의 이야기를 하거나, 길게 말은 하지 않더라도 대단히 놀라거나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탑승자 전원이 안전벨트 매지 않으면 출발하지 않는다’고 해야 마지못해 맵니다. 뒷좌석 탑승자도 벨트를 매라고 하자 제 차에서 내려서 다른 차를 타신 분도 한 분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인식인지 모르겠는데 뒷좌석에서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을 주변에서 많이 봅니다. 
이상하게도 적지 않은 한인들이 그렇죠.    뒷좌석에서도 안전벨트를 매라고 했을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오바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매놓고도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이색휘 뒷자리까지 벨트 매라고 하는거보니까 운전 개판으로 하나보다..' 라는듯한 표정으로 불안해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저는 운전면허 취득후 이제껏 접촉사고를 겪은 적은 몇번 있습니다만 부상을 동반할만큼의 큰 사고를 경험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경력을 돌아볼때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출발해도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가능성이 높겠지요. 하지만 만의 하나라는게 있습니다. 운전을 하다보면 온갖 상황을 다 겪게 되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운전면허를 따서 길에 돌아다니나 싶은 운전자와 마주치는 경우도 있고 뭔가 아주 급한 일이 있어서인지 성격이 난폭해서인지 대단히 위험스럽게 운전하는 차와 맞딱뜨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운전자 때문에만 위험한 것은 아니죠. 가끔 저도 판단실수를 하거나 잠시 운전에 집중하지 못해 아찔한 상황을 겪기도 합니다. 다행히 주변에서 알아서 피해갔거나 주변장애물이 없어서 사고로 연결되지 않았을 뿐이죠. 운전을 하는 동안은 교통사고에 대해 얼마간의 가능성을 항상 안고 다니고 있기 때문에 만일을 대비해 동승자 모두에게 안전벨트를 매라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해도 될 것을 괜히 귀찮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냥 지금껏 안매고 다녔어도 아무일 없었으니 앞으로도 그럴것이다는 생각이 대부분일겁니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활속의 안전에 대한 해이한 인식중 하나겠지요.

몇년전 어느 한분과 사진촬영및 몇가지 일로 함께 출장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 브라이스 캐년에서 자이언 캐년으로 행하던 중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굴다리같은 곳 아래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코너를 도는 중 갑자기 지나간 풍경이어서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못찍고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혼잣말 비슷하게 ‘아, 저거 못찍었네..’라고 하자 운전하시던 분이 갑자기 길 한가운데 차를 세우는 겁니다. 편도 1차선 도로였습니다. ‘다시가서 찍죠.’ 라고 하시기에 저는 유턴을 할 수 있는 곳에 가서 차를 돌리려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거기서 후진을 하더군요. 저는 그런 일은 겪어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너무나 놀랐습니다. 거기는 직선도로도 아니고 코너였기 때문에 뒤에서 누가 온다면 사고로 연결될 수밖에 없거든요. 

제가 뭐라고 하자 ’ 에이, 갠~자나요. 이 시간에 누가 오겠어요?’ 하는 겁니다. 반대쪽 차선 옆으로 넓게 공터가 있기에 거기로 차를 빼라고 다급하게 이야기했고 그리로 나가는 동안 반대편에서 오는 차가 저희때문에 급정거를 하고는 손가락욕을 퍼붓고 갔습니다. 공터에 차를 세우자마나 녹색 포드 F-150픽업트럭이 저희가 가던 방향으로 쏜살같이 지나가더군요. 그대로 후진을 했다면 그 차와 충돌을 피하기는 어려웠을겁니다. 만일 저희가 그대로 후진을 했고 그 차가 저희를 피했다해도 아마 그 차는 핸들 급조작으로 인해 미끄러지면서 도로를 이탈해 바위벽에 충돌했거나 혼자 뒤집혔겠죠. 아무튼 그 상황에서 사고가 났다면 사람이 무사할 확률은 거의 없었을겁니다. 십중팔구는 사망사고였겠죠. 이시간에 누가 지나가겠냐고 생각했다는 것도, 그런 길에서 차를 세운것도 모자라서 후진까지 감행했다는 것도 제 상식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만 그런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뿐만 아니라 실행에 옮기기까지 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어쩌면 그분은 전에도 그런 황당한 일을 했었고 그때 아무일 없이 지나갔기에 아무때나 한산한 길에서는 후진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평야에 난 직선도로여서 멀리까지 보이는 곳이었다면 이해를 할 수 있지만 거기는 코너에 들어섰을때 내측 바위벽에 가려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코너였거든요.
살다보면 아직까지 별 사고가 없었다는거 하나 믿고 그냥 생각없이 위험하게 행동하는 무지한 사람부터 알면서도 귀찮아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까지 종종 보게 됩니다. 뒷좌석이라고 안전벨트 안매도 된다는 간단한 것부터 블라인드 턴에서 후진을 하는 몰상식의 사이에도 다양한 수준의 안전불감증은 만연해있죠. 일일히 안전수칙을 지키려 하면 뭔가 융통성없고 답답한 사람 내지는 대범하지 못한 겁장이 쯤으로 보는 경우도 있구요. 

이번 세월호 사고에 있어서도 여러가지 원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선사와 운항관계자들이 안전에 대한 의식을 제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대형사고라는게 어느 하나의 큰 요인때문에 나기도 하지만 작은 일들이 모여서 터지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때로는 한데 모여서 사고원인이 된 여러개의 작은 요인들 하나만 제대로 지켜졌어도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안전에 대해 뭔가 거창한 인식을 갖자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생활속의 작은 부분에 있어서부터 좀 더 안전의식을 가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