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제가 번역한 책 '세상을 바꾼 50가지 자동차'가 나왔습니다. 본문

Auto Stories

제가 번역한 책 '세상을 바꾼 50가지 자동차'가 나왔습니다.

풍딩이 2010. 7. 18. 18:58

 

지난해 10월 말, 같은 자동차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현남님의 소개로 단행본 번역작업에 대한 의뢰를 받았습니다. 

세상을 바꾼
50가지 자동차(
Fifty cars that changed the world)라는 책이었는데 영국의 디자인 뮤지엄에서 출간한

것이었습니다
세상을 바꾼 50가지 의자, 자동차, 신발, 그리고 드레스 등이 시리즈로 나와있다더군요. 

 

이책의 국내 번역출간을 맡은 홍디자인에서는 전문 번역가에게 의뢰하는 것보다 해당 분야의 매니아이면서 디자인을

이해하고 있는 역자를 찾아보기로 했고 그 중 자동차편은
김현남님께서 저를 추천하셨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기사와 카탈로그 등을 번역한 것은 여러 번이었지만 책을 하나 다 번역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다소 걱정과 부담감도

있었습니다만 텍스트보다는 사진 중심이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검토해달라는 담당 에디터님의 말씀도 있었고 소개해주신

김현남
님에 대한 감사함도 있었고 해서 번역작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번역작업은 기사와 카탈로그 몇 편 번역했던 경험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미국생활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영국식 단어선택과 표현에 익숙하지 않았던데다 원문이 좀 난해한 부분이 많았었거든요
.


“The car, as we know it, may well be facing oblivion in a world trying to convince itself that it is committed to

reducing carbon-dioxide emission, and rescuing its cities from the endless sprawl that come suburbs at densities t

hat can survive only with car commuting.”
이라는 첫 문장부터 오역을 할 뻔 했거든요.  

위 문장 말고도 대여섯줄 내려가서 마침표 하나 찍혀있는데 중간은 여러 번의 쉼표와
that, which 등으로 복합수식된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   중간에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he가 여러 번 나오는데 그 he가 둘 중에 누구를

지칭하는지 불분명한 경우도 있었고 또 불어 표현이 심심찮게 들어가 있어서 그 부분도 해석이 어려웠습니다
. 

야후 사전과 구글 번역 등 적어도 두 개 이상의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이런 부분을 해결했는데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참

힘들었을겁니다
.



 

그리고 원문에 오류가 있어서 번역하면서 바로잡았는데 감수과정에서 원문대로 다시 재수정되어 오류가 난 부분도

있습니다
.  피아트 600을 이야기하는 페이지에서 리어 엔진임에도 비틀이나 콜베트같은 심한 오버스티어 특성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저 내용이라면 정황상 콜베트일리가 없고 콜베어였을 것이 분명합니다
.

 

콜베트라면 구조적인 특성으로 인한 갑작스런 오버스티어로 문제가 된 적이 없었지만 콜베어는 원가 절감으로 인해

설계를 변경하면서 스태빌라이저를 삭제하고 엔진도 무거워졌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오버스티어로 인한 사고가 많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랄프 네이더의 저서
Unsafe at any speed에서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거든요. 

의외로 콜베트와 콜베어를 혼돈하는 경우가 있기는 있나봅니다
.

 
Fifty cars that changed the world
의 원문뿐만 아리라 예전에 모 금융사에서 운영하는 자동차 블로그에서도 비슷한

오류가 있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죠
.  최초의 터보차 이야기를 하면서 콜벳을 꼽았으며 콜벳이 비틀에 대항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고 적혀있었는데 사실상 콜벳은 비틀과 경쟁차종이 될 리가 없는 세그먼트인데다 팩토리

사양으로 터보가 제공된 적이 없죠
. 

반면에 콜베어라면 비틀을 의식하여 개발된 차가 맞습니다
.  콜베어는 비틀보다 크고 스포티한 차였지만 당시 미국차로는

작은 사이즈였으며 공냉식 엔진을 차 뒷부분에 탑재했다는 점에서도 구조적으로 비슷한 구성이었죠
.  게다가

시판 양산차중에서는 가장 처음 터보차저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콜베어가 최초의 터보차라는 이야기와도 맞아떨어집니다
. 

 



그리고  감수를 거치면서 차나 사람의 이름도 그 동안 자동차 전문지에서 쓰던 것과는 다른 표기법으로 인해 우리말 표기가

바뀐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자동차 잡지를 많이 읽으시던 분들은 이 단행본을 읽으시면서 그 부분에서 다소의 위화감을

느끼실 수도 있을겁니다.

 

11월 끝자락 즈음 시작해서 2월 중반 정도까지 계속된 번역작업의 결과물이 얼마 전 인쇄를 마치고 나왔습니다. 

물론 번역 이후 감수와 편집
, 디자인 등 많은 작업이 추가되었겠지요.  저는 오늘 소포로 책들을 받아보았습니다. 

저도 번역작업 때문에 고생을 조금 했지만 담당 에디터인 이지혜 팀장님과
조용범 편집장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의 노고가

많이 들어간 책입니다
.  정식 출간일은 8 12일이라고 하네요. 

책의 성격으로 보아 크게 히트하기는 어렵겠지만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