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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2009 GM 콜렉션 본문
GM은 모델이어(MY)가 실질적으로 시작되는 매년 가을, 올해의 성과와 함께 향후 계획발표, 신차 소개
등을 겸하는 미디어 이벤트인 GM 콜렉션을 열고 있습니다.
2009 GM 콜렉션은 본듀런트 레이싱 스쿨이 있는 아리조나 피닉스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런 이벤트에서는 고급스러운 숙소가 제공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을이 되었는데도 피닉스는 무척 덥더군요. 낮기온은 40도가 넘었습니다.
2005년과 2006년에는 첫날에도 시승시간이 주어졌으나 작년부터는 첫날은 리셉션, 둘째날 시승으로
포맷이 좀 바뀌었습니다. 둘째날 아침식사 후 본듀런트 스쿨로 이동하여 본격적인 이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본듀런트 레이싱 스쿨에서는 시보레 콜벳과 폰티액 솔스티스, 캐딜락 CTS 등 GM의
제품들을 실습차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임의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재떨이가 피스톤이네요.
GM 콜렉션에는 전시만 되는 차들이 있고 시승이 가능한 차들도 있습니다.
작년의 경우 시보레 이쿼낙스 수소 연료전지차와 시보레 볼트 컨셉트카가 전시되었습니다.
올해는 시보레 이쿼낙스 수소연료전지차가 시승차로 제공되었고 E-Flex 컨셉트카였던 볼트는 양산형
디자인모델이 전시되었습니다.
시승은 트랙주행과 일반도로 시승으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트랙에서 제일 먼저 타본 차는 사브 터보 X였습니다. 처음 타보는 트랙이라 그리 속도를 내지 않고
주행해보았습니다. 사브 터보 X는 주행성능은 뛰어났지만 페달의 위치나 변속감각 등의 감성적인
측면에서는 스포츠보다는 좀 느긋하고 여유로운 드라이빙이 어울리는 느낌이었습니다.
BMW의 M3같은 스포츠성이 아니라 편하고 여유롭지만 필요할 때 고성능을 뽑아쓰기에 부담없는 차를
표방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전투력은 그리 높다고 할 수 없겠지만 뭔가 특별해
보이는 외관을 비롯해 4륜구동 터보가 제공하는 주행성능이 매력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이벤트에서의 백미는 콜벳 ZR1 동승이었습니다. 직접 운전해서 트랙을 달리는 것이 허락되지
않은 차였지만 ZR1뿐만 아니라 Z06, 아니 일반형 콜벳만 해도 제 실력에는 트랙에서 타기에 넘치는
차입니다. 역대 GM의 시판차중 가장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ZR1의 스티어링을 잡은 드라이버는
뉘르부르그링에서 7분26초04의 기록을 낸 짐 메로 (Jim Mero)씨였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최근에는 뉘르부르그링 랩타임이 자주 갱신되면서 많은 카매니아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지요. 지금처럼 환경과 에너지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이 뉘르부르그링 속도경쟁을 벌이는 것은 조만간 이런 고출력 스포츠카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게
될 것으로 보이고 ‘가솔린 스포츠카 시대에는 우리가 최고였어. 휘발유차 기록을 우리가 가지고
있잖아?’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메이커들의 조바심 섞인 경쟁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해봅니다.
콜벳 ZR1은 아마 앞으로도 일반 저널리스트들에게 시승용으로 제공되지는 않을 듯 합니다만 사실
이런 초고성능차들은 시승용으로 받더라도 참 부담스럽습니다. 이런 차의 진가와 재미는 심각한
속도위반의 영역에서 나타나는데 이미 작년에 과속딱지를 두 개나 끊었기 때문이죠.
시보레 코발트 SS. 트랙에서 달릴 때의 느낌이 참 좋은 차였습니다만 스타일링과 내장재, 마무리등의
측면에서 그리 매력이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이쁘고 고급스러워보이게 만들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요.
전문 레이서가 트랙에서 몬다면 동급의 컴팩트 스포츠 FF중에서는 상당히 높은 전투력을 보일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사실상 전체적인 상품성에서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새턴 아스트라. 오펠 아스트라의 미국버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반도로 주행은 코스가 단조롭기도 했고 오전에 시승자중 한 명이 과속으로 적발되기도 했기 때문에
느긋이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정도였습니다.
시보레 실버라도 하이브리드입니다. 풀사이즈 픽업트럭이면서 구형의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달리
2모드 하이브리드가 적용되었습니다.
이번 이벤트에서 관심이 집중되었던 시보레 볼트 양산형 디자인 모델입니다.
라이트도 들어오고 문도 열리고 실내도 진짜 차처럼 구성되어 있으나 프로토타입이 아니라 양산되면
이렇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모델입니다. 2007년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발표된 볼트
컨셉트는 한국인 디자이너
불러일으켰습니다. 가정용 전원으로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내장된 엔진은 차의
구동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오로지 발전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에 사용되는 방식이어서
현재 출시되어있는 하이브리드 차들과는 다른 접근방식이죠.
분류하자면 프리우스 같은 방식은 패러랠 하이브리드, E-Flex 같은 방식은 시리즈 하이브리드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양산형 볼트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주행가능거리가 연장된
전기자동차라고 GM측에서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의 대부분이 일일 출퇴근 거리 40마일
이내라는 통계에 따라 1회 충전시 40마일까지 주행할 수 있고 그 이상의 거리를 가야 할 경우 내장된
엔진이 발전기를 구동하여 거기서 나오는 전력으로 주행하는 방식입니다.
양산형의 스타일링은 컨셉트카에 비해 너무 얌전해진데다 독창성도 줄어들기는 했지만 사진보다
실물이 나아보이기는 하더군요. 양산시기는 2010년으로 잡고 있으며 초기생산은 디트로이트에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예전에 비해 GM의 제품들이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곧바로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지는 않습니다. 미국의 불경기로 인해 자동차판매량 자체가 감소하고 있으니
제품이 좋다고 해도 잘 팔기는 힘든 상황이죠. 시보레 말리부의 경우 런칭 이벤트에 참가하여
경쟁차종들과 비교시승도 해보았는데 꽤 잘 만들어진 차여서 캠리와 어코드의 적수로 부족함이
없으리라고 생각했으나 출시 후 1년이 지났음에도 실제로 길에서 보이는 숫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전히 개인구매보다는 렌터카로 팔리는 차가 더 많은 것도 변함없다고 하죠.
시보레 볼트의 경우도 컨셉트카에 비해 양산모델의 디자인이 너무 무덤덤해져서 차의 실제 성능에
비해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성능은 차가 나와봐야 알겠지만요.
캐딜락 CTS처럼 제품 자체의 경쟁력과 함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스타일링을 갖추는 것은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만 볼트는 그 점에서 이미 한 수 접고 들어갈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GM의 차들중에서 확고한 경쟁력 우위에 있으면서도 트렌드에 맞는 차로는 람다 플랫폼을 사용한
크로스오버 차종들을 꼽을 수 있을겁니다.
람다 플랫폼의 차들로는 뷰익 엔클레이브, GMC 아카디아, 새턴 아웃룩, 그리고 이번 GM 콜렉션에서
중점적으로 소개한 차종중 하나인 시보레 트래버스가 있습니다.
GM이 경쟁력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던 미니밴 대신 투입된 람다 플랫폼의 차들은 큰 공간과 넉넉한
견인용량을 필요로 하면서도 SUV보다 연비와 주행감각이 좋은 차들을 찾는 사람들에게 어필하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일부 차종을 제외하면 여전히 할인판매 없이는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힘든
모델을 많이 보유한 만큼 몇 개의 우수한 차종을 보유했다 하여 GM의 앞날을 긍정적으로만 점치기는
어렵습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그 여파가 제조업에도 미치게 되는데 안그래도 상황이 좋지 못한
GM이 현재의 라인업을 가지고 어떻게 이번 모델이어를 헤쳐나갈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