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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로터스 에보라 시승기 2편 본문
에보라는 2+2면서도 늘어지지 않는 비례감을 가졌으며 곡면과 엣지가 적절히 배합된 외관을 갖추고 있습니다.
언뜻 보아도 미드엔진 스포츠카라는 것이 확연한 모습이며 운전석이 전진배치된 캡포워드 스타일이죠.
수퍼카에도 뒤지지 않을 당당한 존재감을 가진 외모에서 엘리스나 엑시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앞부분에 작게 열리는 액세스 패널을 통해 냉각수와 브레이크 오일을 점검 및 보충할 수 있습니다.
차 뒤쪽을 열면 엔진룸과 트렁크가 한꺼번에 드러납니다. 트렁크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골프클럽 한 세트를
수용할 수 있는 170L 용량이라고 하네요. 엔진룸에는 LOTUS PERFORMANCE 라고 쓰인 커버가 덮여 있습니다만
클립 두 개만 풀면 바로 탈거할 수 있습니다.
커버를 들어내고 나면 그다지 볼품은 없는 2GR-FE엔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도요타 캠리, 렉서스 RX350를 비롯해 하이랜더와 시에나 미니밴 등 많은 차에 쓰이는 3.5리터 V6 엔진이지만 로터스의 독자적인 제어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최고출력은 276마력(6400rpm), 최대토크는 35.6kg-m(4700rpm)입니다. 엔진을 눕혀서 배치하여 차의 길이방향에서 공간을 적게 차지하도록 한 것도 패키징의 미학입니다. 미드엔진으로 이루어낸 무게배분은 앞뒤 39:61이라고 하네요.
로터스답게 섀시도 최대한 경량화를 이끌어내 프레임의 무게는 200kg에 불과하며 차의 전체 무게도 1350kg입니다.
에보라는 압출 성형 공법으로 만든 알루미늄 부품을 접착제로 붙여서 기본 골격을 구성한다는 점에서는 엘리스와
같지만 차대가 세 부분으로 분할된다는 점이 큰 차이점입니다.
중앙에 욕조형 메인 프레임을 두고 앞쪽에 알루미늄 서브프레임이, 뒤쪽에는 아연도금 강판으로 만든 서브 프레임이
볼트로 고정되는 방식으로 VVA (Versatile Vehicle Architecture)라 불립니다.
충돌사고시 서브프레임만 교체하는 것으로 수리가 가능해지므로 엘리스의 플랫폼에 비해 유지보수에서 유리합니다.
실제로 에보라의 섀시 개발과정에서 6번의 충돌시험을 했는데 희생된 차는 4대였다고 하더군요. 메인프레임이
온전했기 때문에 전면부와 후면부 서브프레임만 교체하여 다른 충돌시험에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약간의 변형으로 다른 파워트레인을 얹기도 쉽다는 것이 로터스측의 설명이지요.
에보라와 같은 가로배치 미드십뿐만 아니라 세로배치 미드십으로 신차를 개발하기에 유리합니다.
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섭니다. 가볍게 열리는 도어를 열고 차 안으로 들어서는 것은 엑시지 보다는 훨씬 쉬우나
다른 웬만한 스포츠카보다 승하차성이 떨어지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전방 시야는 꽤 시원합니다.
윈드실드가 위에서 내려다 볼 때 큰 호를 그리고 있고 A필러가 뒤쪽으로 많이 밀려나 있기 때문에 와이드스크린을
보듯 시야 폭이 상당히 넓습니다. 대신 A필러쪽 각도와 미러로 인해 생기는 사각지대가 다른 차들보다 더 외곽쪽에
존재하죠. 후방시야는 미드엔진 차로서는 나쁘지 않지만 옵션인 후방 카메라를 선택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위 사진은 직선도로에서 대충 겨냥하고 찍었는데 그럭저럭 괜찮은 구도로 나왔네요.
인테리어는 심플하면서도 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입니다. 알루미늄 구조물을 그대로 노출시키며 인테리어
구성요소로 활용한 엘리스와는 달리 GT적인 성격이 보이는 마감이지요.
수제차인만큼 실제 마무리에서는 고급 양산차보다 약간 어설퍼 보이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로터스라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호화롭다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계기판이나 스위치도 엘리스보다 훨씬 고급스러우며 7인치 터치 스크린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옵션으로 선택이
가능하지요. 대시보드는 간결하며 기능적이고 글로브박스의 크기도 적당합니다. 7만3천 달러 정도에서 시작하는
미국 시판가격을 놓고 보면 그렇게 고급스러운 실내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기능적이며 낭비가 없습니다.
포르쉐의 경우는 로터스에 비해 생산량이 많고 개발 예산도 높으며 만족시켜야 할 고객층도 넓으므로 인테리어의
마무리가 뛰어나지만 다소 무덤덤해진 느낌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 반면 로터스 에보라는 지나치게 손질하려다가
도를 넘어서지도, 지나치게 스파르탄하지도 않은 실내 마무리를 보이고 있지요.
가죽이나 금속은 표면처리한 플라스틱이 아니라 진짜 보이는 그대로의 소재이며 기능적인 면에서도 스포츠카다운
직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계기판의 크롬 테두리가 태양광을 직접 반사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짧은 시승기간
동안 찾은 흠이었죠. 장기 시승을 하거나 소유를 한다면 다른 점들도 찾을 수 있을겁니다.
도어트림에 포켓과 컵홀더가 자리잡고 있는 것도 눈에 띄더군요. 레카로 시트는 쿠션과 등받이가 방석 한 장만큼
얇지만 운전자세를 잘 잡아주며 안락함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뒷좌석 공간은 사실상 있으나마나 한 수준입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앞좌석에 신장 186cm의 남성이 앉아있을 때 뒷좌석에 152cm 신장의 여성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나와있으나 정말 구겨 타고 잠깐 이동하는 정도로만 가능할 듯 합니다. 하지만 짐가방을 놓아두거나 아이들을 수용하기에는 어울릴만한 공간이며 유아용 좌석을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는 ISOFIX도 갖추고 있습니다.
시트는 수동식으로 조절됩니다. 발공간의 폭은 앞바퀴에 공간을 조금 양보하면서 좁아졌기 때문에 풋레스트는
고사하고 발을 놓을 마땅한 곳도 없습니다. 때문에 변속을 하지 않을 때는 왼발을 클러치 페달 아래에 놓아야 하는데
처음엔 좀 어색해도 조금만 지나면 익숙해집니다.
풋레스트로 단단히 몸을 밀어붙이지 않아도 시트가 몸을 잘 잡아주는 덕분이기도 하지요.
클러치 페달의 움직임거리는 상당히 짧은데 비해 시프트레버는 움직임 거리가 좀 길게 느껴집니다.
엘리스 초기모델보다는 훨씬 나아졌으나 여전히 변속감각이 아주 명쾌하다고 이야기하기는 조금 어렵네요.
스티어링은 스포츠카다운 직경으로 손에 딱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입니다.
틸트 스티어링도 갖추고 있어 상급루저인 제 체형으로도 완벽한 운전자세를 잡을 수 있습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