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로터스 에보라 시승기 1편 본문

Driving Impressions

로터스 에보라 시승기 1편

풍딩이 2010. 5. 24. 15:56

 

 

 

제 경우 가지고 싶은 차들의 목록, 소위 드림카 리스트에 올라있는 차들은 꽤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좀 구식인

차들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 중 하나로 로터스 엘리스와 엑시지를 꼽을 수 있겠네요.   엘리스나 엑시지는 작고

귀여울 뿐만 아니라 경량차체를 바탕으로 한 성능은 정말 일품이죠.    한번은 엑시지 240S로 트랙을 달리던 중

브레이킹 포인트를 놓쳐 제동을 채 마치지 못한 채 의도한 것보다 빠르게 코너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슬로우인 패스트아웃이 아니라 패스트 인 스핀 아웃이 될만한 상황이었죠.   코너 입구에서부터 크게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스핀을 피하지 못하리라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코너 출구가 다가올 무렵 차를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뛰어난 섀시가 제 실수를 커버해준 덕분이었지요.  이 사건은 로터스에 대한 저의 신뢰도를 한층 더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로터스는 경제력뿐만 아니라 열정도 있어야 탈 수 있는 차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차종이면서 같은 가격에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스포츠카들도 많으니까요. 

예전에 교회에서 어쩌다가 자동차 얘기가 나온 적이 있는데 제가 로터스 엘리스를 좋아한다고 하자 그 차는 장난감

같이 생긴 게 값만 비싸서 싫고 그 돈이면 포르쉐를 사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와 같은 선택을 하겠죠.  


하지만 거꾸로 들여다보면 그런 점을 감수하고 로터스를 선택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이유가 있습니다. 

포르쉐는 드라이버즈 카이기도 합니다만 스펙테이터즈 카(이런 말이 있기나 하던가요…??) 라는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르쉐로 스포츠카에 어울리는 운전을 즐기는 분들도 많지만 내가 포르쉐를 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차를 사는 분들도 아마 적지는 않을 겁니다.   포르쉐라면 성능은 물론이고 과시욕을 충족시켜주기에도 부족함이

없으니까요
그런 반면 로터스는 과시하기에 어울리는 차는 아닙니다. 

차를 모르는 사람들한테 로터스 엘리스나 엑시지를 보여주면 장난감 같고 작다고 할 테고 가격을 이야기하면 헛돈

썼다고 이상한 사람 취급할 가능성까지 있죠.  하지만 스포츠 주행을 즐긴다면 운전하면서 이만큼 만족감을

선사해주는 차도 흔치 않을 겁니다.   일반도로와 트랙 양쪽을 아우르는 면에서는 가장 나은 선택일지도 모르죠.

엘리스는 로터스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모델 중 하나입니다. 에스프리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일반도로용 로터스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압출성형 알루미늄으로 만든 구성품을 접착제로 붙여서 만든 프레임에 FRP 차체패널로 익스테리어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죠. 로터스의 전통을 확실히 계승한 엘리스는 그 이후 다른 로터스 차들의 바탕을

이루어왔습니다.  엑시지나 2-11처럼 엘리스의 외관이 엿보이는 차들 말고도 340R과 유로파 같은 차들도 동일한
 
플랫폼을 이용해 개발되었습니다. 

 


엘리스 이후 새로운 플랫폼으로 개발된 로터스 로드카가 바로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인 에보라입니다.




(위 사진들은 이번 시승이벤트 공식 사진작가 Richard Prince 씨의 작품들입니다.
구분을 위해 공식 사진에는 RICHARD PRINCE PHOTOGRAPHY라는 각주를 넣었고 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PASSIONCAR 각주를 넣었습니다.)


에보라는 2008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엘리스나 엑시지는 승하차성이 나쁜데다 좁고 시끄럽기 때문에 퍼스트카로

쓰기에는 좀 어려운 차입니다만 에보라는 이런 점을 보완해서 만들어졌지요
에보라는 현재 생산중인 유일한 2+2

미드엔진 차입니다.  2+2 2인승을 바탕으로 2개의 작은 뒷좌석이 추가된 형태를 이야기합니다. 

뒷좌석은 성인을 충분히 수용하기는 어렵고 아이들이 타거나 짐을 두기에 적당한 정도의 공간이지요. 

실제로 사람을 태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집어넣는 자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미드 엔진에 2+2는 과거를 살펴보아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언뜻 생각해보아도 페라리 디노 308 GT4와 페라리 몬디알 정도네요. 

대부분의 2+2는 프론트 엔진이거나 포르쉐 911같은 리어 엔진입니다.
로터스도 예전에 2+2 모델을 생산했었는데

모두 프론트 엔진이었죠.
로터스의 2+2 계보를 살펴볼까요?
 



엘란 +2(Elan +2; 1967~1974)
엘리트(Elite; 1973~1983)
이클렛(Éclat; 1975~1985)
엑셀(Excel; 1985~1992)
입니다.  1948년부터 1996년까지 로터스 로드카 생산량의 20% 이상이 2+2 였지요.

 

우선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하지요.  곧 다음편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