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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메르세데스 벤츠, Sex and the City, 그리고 캘리포니아 본문
지난 5월 29~30 양일간 캘리포니아 베버리힐즈와 말리부에서 열린 메르세데스 벤츠 SL과 SLK의
시승이벤트에 초청을 받아 다녀왔습니다. 사실 둘 다 완전히 신차는 아니고 페이스리프트 된 모델이죠.
숙소는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 주연의 ‘귀여운 여인(Pretty Woman. 1990)의 공간적 배경으로도
등장한 베벌리 윌셔 호텔이었습니다. 초청장에 적힌 일정에 영화 Sex and the city 관람이 포함되어
있어서 벤츠가 PPL로 참여했다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영화 속 자동차를 이야기할 때면
대체로 화려한 자동차 액션을 떠올리게 되지만 등장인물의 성격과 잘 어울리는 차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하죠.
사실 저는 한번도 Sex and the city TV 드라마를 본 적이 없습니다.
집에 케이블TV를 두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케이블이나 위성 TV가 있었다 해도 제가 관심을 가질 내용도
아니어서 다른 집에 갔을 때 때마침 화면에 나와있을 경우 그냥 흘려서 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따라서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상황 같은 것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초청장을 받고 나서 위키피디아에
들어가서 Sex and the city 를 찾아보기까지 했죠. 아무튼 기대도 별로 하지 않았던 데다 만화 구상
때문에 그 전날 밤을 샜기 때문에 아마도 극장에서 잠이 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벤트에 초청되어 온 다른 저널리스트들도 대부분 남성들이었으므로 영화관람에 별로 큰 관심이
없는 듯 한 눈치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워낙 기대를 하지 않아서였는지 의외로 생각보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TV 시리즈를 한번도 보지 않았지만 사전지식 없이도 가볍게 보기엔 별 무리가 없더군요.
Sex and the City 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의 차들이 소품으로 등장하지만 네 명의 주인공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이벤트로 메르세데스 벤츠 패션 위크(Mercedes Benz Fashion Week)가 등장하는
것도 브랜드 노출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눈 여겨 볼만합니다.
극중에서 Mr. 빅의 S550은 성공한 중년남성을 자연스럽게 부각시켜주는 소품으로 등장하며 아직
출시되지 않은 컴팩트 SUV인 GLK350은 자유분방한 사만다 존스의 차로 나옵니다.
영화 전반에 거쳐 자동차뿐만 아니라 의상, 구두, 가방 등의 브랜드가 자연스럽고 강하게 부각되더군요.
TV판 Sex and the city 를 통해 매출이 급성장한 브랜드들도 있다고 하니 그 극장판에도 많은
협찬사가 붙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튿날 프리젠테이션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영화와 TV
드라마 협찬을 통한 홍보의 사례와 효과 등에 대한 부분이 언급되었습니다.
AMG 제품담당 매니저인 Robert Allen 씨
CLK/SLK 어시스턴트 매니저 Scott Keilman씨
활짝 열린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컨버터블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세그먼트중 하나입니다.
날씨가 궂은 지역에서도 잠깐 비치는 햇살을 즐기기 위해 컨버터블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컨버터블이 가장 많이 팔리는 지역이라면 화창한 날씨가 지속되는 캘리포니아를
꼽을 수 있겠지요. 미국에서의 드라이브를 이야기할 때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라면
아마도 빨간 컨버터블로 캘리포니아의 태평양 연안 고속도로를 달리는 장면이 아닐까요?
메르세데스 벤츠는 오래전부터 SL라인업을 유지해왔으므로 컨버터블에 대해서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급브랜드에게 캘리포니아에서의 판매량은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요. 예를 들면 재규어는 생산량의 절반 정도가 미국시장에서, 또 그 중에서 또
절반 가량이 캘리포니아에서 팔린다고 합니다. 따라서 고급브랜드의 컨버터블은 캘리포니아가
주된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메르세데스의 벤츠의 컨버터블도 전체 생산량의 27%가
캘리포니아에서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간단한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본격적인 시승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오전 일정은 베버리 윌셔 호텔에서 말리부까지 시내주행과 고속도로, 국도가 적절히 섞여있는
루트였습니다. 준비된 여러대의 시승차 중 자주색 SLK350에 올랐습니다.
1997년 데뷔한 1세대 SLK(R170)는 전동수납식 하드탑을 컨버터블의 메인스트림으로 확대시킨
장본인이죠. 푸죠의 402 Éclipse Décapotable를 비롯해 50년대 포드 스카이라이너 등의
하드탑 컨버터블이 있었고 95년 등장한 미쓰비시 3000GT 스파이더도 마찬가지였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하드탑 쿠페와 컨버터블의 개방감을 하나의 패키지에 구현한
것뿐만 아니라 하드탑이 분할되며 수납되어 화물공간을 지나치게 침해하지 않는 SLK의 등장
이후 컨버터블 시장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죠.
2004년 등장한 2세대 SLK(R171)는 F1의 이미지를 구현한 전면부를 비롯해 상당히 스포티한
외관을 자랑합니다. 경쟁차종인 BMW Z4, 포르쉐 박스터, 아우디 TT등에 비교하면
스포츠카보다는 GT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요.
SLK350 엔진의 배기량은 변함이 없으나 출력은 268마력에서 300마력으로 증가했고 연비도
향상되었습니다. 엔진과 7G-Tronic 자동변속기와의 조합도 좋습니다.
가변기어비의 랙앤피니언 스티어링인 다이렉트 스티어 시스템은 저속에서는 복원력이 조금 약한
느낌이지만 속도가 올라가면 반응성과 피드백이 손에 딱 맞는 느낌으로 바뀌더군요.
가속페달을 깊이 밟았을 때 들려오는 배기음도 BMW나 포르쉐의 스포티한 음향과는 다르지만
주행성능을 추구하는 차에 어울리는 소리로 다가옵니다.
Geoffrey’s의 주차장에 정렬된 시승차들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SL550 의 스티어링을 잡았습니다. 금요일 오후여서 교통량이
증가했기 때문에 SL의 성능을 제대로 체감할만한 여건이 되지는 않더군요.
따라서 내달린다는 느낌보다는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느긋하게 드라이브를 즐기는 마음으로
여유롭게 달렸습니다. SL63 AMG와 SL65 AMG에는 토크컨버터 대신 습식 다판클러치가 적용된
MCT라고 하는 변속기가 탑재되었다고 하는데 이번 이벤트에서 체험할 기회를 갖지는 못했습니다.
SL 시리즈는 상당히 큰 차임에도 불구하고 넉넉한 동력성능과 함께 뛰어난 서스펜션 덕분에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측면에서는 보다 컴팩트한 로드스터와 비교해도 그 감성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SL의 진가는 성능뿐만이 아니라 메르세데스 벤츠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지위를 보여주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지요. 컨버터블은 운전자가 개방감을 즐기기 쉽다는 것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과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런 부분은 시승이벤트가 거의 끝나갈 무렵 베벌리힐즈로 다시 진입하면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편안하면서도 쉽게 고성능을 이끌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운전재미까지 갖추고 있는 SL은
고급 로드스터의 지존을 지키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MCT(Multi Clutch Transmission)이 장착된 SL63이나 65 AMG를 시승해보고 싶어지네요.
이번 이벤트에서는 차의 성능을 충분히 체험해 볼만한 기회를 갖지는 못했으나 자주 접하기 어려운
고급 컨버터블을 풍광이 좋은 코스에서 몰아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