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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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ing Impressions

머스탱 GT 컨버터블

풍딩이 2009. 12. 11. 07:29

 





인류가 자동차의 혜택을 누린지 한세기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차들이 태어났다가 사라져갔지요. 

한때 위세 당당했으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메이커도 있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여전히 건재한 메이커들도

있습니다.  메이커 뿐만이 아니라 차종으로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후속 모델 없이 단종된 차들도 있고 계속

모델체인지하며 여러 세대에 거쳐 그 성격을 이어오고 있는 차들도 있습니다.   

세대를 거듭하면서도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동시에 하나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잡은 차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존재가 아마 포드 머스탱일겁니다.   머스탱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여러 승기나 기사에서 언급된 바

있으니 대충 넘어가기로 하죠.

 

현재 시판중인 머스탱은 지난해 많은 부분이 새로와졌습니다.  바탕은 D2C 플랫폼을 사용한 5세대 그대로지만

루프를 제외한 바디 패널이 모두 바뀌면서 차 길이가 조금 줄어들었죠.  디자인 기조는 여전히 레트로 스타일로

초대 머스탱의 분위기를 따르고 있습니다. 

 

이번 시승차는 포드 머스탱 GT 컨버터블로 315마력의 최고출력과 44.9 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4.6리터 V8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차량 기본가격 $35,995에 휠 락 너트와 도난방지기가 포함된

시큐리티 패키지, 열선 시트와 19인치 휠, 고급가죽이 적용된 컴포트 패키지가 더해지고 탁송료까지 더해진

MSRP
$38,925라고 나와있더군요.  아무튼 이 가격에 4인승 V8 컨버터블이라면 꽤 괜찮죠. 






 

스타일은 머스탱 특유의 스포티한 분위기가 잘 살아 있습니다. 선대에 비해 조금 더 모서리가 날카로워짐으로

인해 살짝 전투적인 분위기도 보입니다.   소프트탑의 형상도 자연스러워 지붕을 닫았을때나 열었을때나 다

잘 어울립니다.   많은 자동차 매니아들이 머스탱을 진정한 스포츠카보다 한 수 아래로 보는 경우가 많겠지만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면 캘리포니아 해안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는 광경을 떠올릴 때 제일 먼저

머스탱 컨버터블을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머스탱은 쿠페와 컨버터블 공히 미국 렌터카 회사에서 쉽게 빌릴

수 있는 차종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머스탱 GT를 조금 튜닝하거나 설린, 라우쉬 등의 컴플리트 튜닝카,

는 쉘비 코브라급으로 가면 성능에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됩니다.










실내는 2009년까지의 머스탱에 비하면 훨씬 고급스러워졌습니다.  대시보드 상부패널은 구형과 별 차이가

없어보입니다만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에 있어서는 디자인과 질감, 마무리 모두 상당히 좋아졌더군요.    

자세히 살펴보면 여전히 미국차다운 구석이 보이기는 합니다만 전반적으로 이거 뭡니까?’ 하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계기판 조명과 앰비언트 라이팅의 색상도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는 점은 머스탱이 내세우는 특징 중 하나입니다.

 

스타트버튼이 아니라 키를 꽂아 돌리는 전통적인 이그니션으로 시동을 걸면 V8 엔진이 가볍게 잠에서 깨어납니다. 

공회전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아보면 회전이 뜨는 반응도 조금 느리고 페달을 놓았을 때 RPM이 하강하는 속도도

느립니다.  빠릿빠릿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죠. 적당한 무게감의 클러치를 밟고 다소 작동거리가 긴 시프트레버를

움직여 기어를 넣습니다.  보통의 수동변속기차를 몰듯이 출발하다가는 좀 울컥거리거나 시동을 꺼뜨리기

쉽습니다.  가속페달의 초반부 반응이 좀 느리기 때문이죠.  6일의 시승기간 동안 저는 한 번, 잠깐 타본 제

친구는 두 번(레이스 경력이 있는 친굽니다) 시동을 꺼뜨렸습니다.

그래도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반응성 때문에 생기는 어색함은 상당히 줄어듭니다.   전반적으로 무척 길게

설정된 기어비 때문에 일상주행에서의 회전수는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높은 가속성능을 원한다면 최종감속비를 높이는 옵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만 GT 쿠페 수동변속기에만

적용이 됩니다.  컨버터블은 크루징이 더 어울리기 때문에 옵션 적용이 안되나봅니다.    



아무튼 느린 반응과 무척 긴 기어비 때문에 일상주행에서는 315마력이라는 것을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시프트 다운과 함께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면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면서 호쾌하게 뻗어나가죠. 

대배기량 미국차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입니다.   V8답게 저회전 영역대에서의 토크는 역시 풍부합니다.

 

스티어링과 브레이크도 조금 가벼운 느낌입니다.  스티어링의 반응성은 좋지만 손에 전해지는 피드백은 많이

뭉뚱그려진 느낌이지요.     브레이크도 저속시의 반응이나 제동성은 좋지만 고속에서 반복사용을 하면 약간

성능이 무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면에서 운동성능을 즐기기보다는 가속성능과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어울리지요.

 

 

덩치가 큰 컨버터블이라 섀시의 강성감은 좀 떨어집니다만 과거의 폭스 플랫폼 머스탱 컨버터블에 비하면

훨씬 좋아졌습니다.   폭스 플랫폼의 머스탱도 몇 번 타보았는데 컨버터블은 정말 달리다가 차가 반으로 쪼개지면서

주저앉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습니다. D2C 플랫폼의 머스탱 컨버터블은 그에 비하면 상당히

탄탄해졌습니다만 쿠페 같은 강성감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철길 건널목을 지나거나 큰 요철을 타고 넘을때면

스티어링휠과 페달, 그리고 시트가 서로 약간 엇박자로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조립품질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차체의 비틀림에 비하면 잡소리는 상당히 억제되어 있습니다. 

 

서스펜션은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2010년 모델체인지된 쿠페는 타보지 못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지금껏 시승해본 머스탱중에서는 가장 무른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부분에서도 본격 스포츠카라고 보기

어려웠지만 무른 서스펜션과 탄탄하다고는 볼 수 없는 강성 때문에라도 그런 캐릭터를 띄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트랙션 컨트롤을 끄고 낮은 기어로 몰아붙이면 후륜 슬라이드를 쉽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만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곳과 미끄러짐이 끝나는 곳에서의 여운이 깔끔하지 못하죠.   

그리고 일체식 뒷차축도 조종성능을 까먹는 용의자로 많이 지목되지만 머스탱의 경우 이 셋업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구현한 차이기도 합니다.  일체식 뒷차축은 독립식에 비해 여러가지 면에서 뒤쳐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드래그 레이스에서는 오히려 유리한 방식이기도 하죠.  머스탱에는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지만

오프로드 성능에 있어서도 일체식 차축이 갖는 장점이 큽니다.  그래서 지프 랭글러가 여전히 앞 뒤 모두

리지드 액슬을 고수하고 있는 거구요. 

얘기가 잠시 곁길로 샜는데 머스탱도 전통처럼 고수해 온 일체식 뒷차축을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쉐비 카마로와 다지 챌린저라는 직접적인 라이벌이 모두 독립식 뒷 서스펜션을 갖추고 있으니

차기 풀 모델 체인지때는 머스탱도 트렌드를 따르게 되지 않을까 추측해볼 뿐입니다.

 

아무튼 머스탱 컨버터블은 운동성능을 즐길만한 스포츠카로 보기에는 여러가지 면에서 조금부족합니다. 

지붕이 열리면서도 날카로운 주행성능을 원하신다면 S2000이나 미아타, 솔스티스처럼 본격적인 로드스터로

가는 것이 맞겠지요.  4인승으로 멋진 엔진음과 오픈 에어 모터링을 즐기는 것을 원하신다면 이 차가 맞는

선택이 될만합니다.  만일 여기에 높은 운동성능까지 원하신다면 훨씬 비싼 차를 생각하셔야 하거든요.  

적당한 가격에 머스탱다운 스타일링, 가끔씩 번아웃을 동반한 급가속을 즐기며 필요할 때 지붕을 열고 달리는

낭만을 추구한다면 머스탱 컨버터블도 상당히 좋은 선택이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