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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 드리프트 출전 한국인 맹준우 선수 1주일 동행취재기 4부(최종)

풍딩이 2009. 5. 15. 18:34

시간이 흘러 본선 드라이버즈 미팅이 끝나고 결승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캠코더를 들고 가능한한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을 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던 목요일, 금요일과는

달리 저는 촬영각도도 좋지 못한 피트에 머물렀습니다.  

물론 맹선수를 도와주는 다른 팀의 크루멤버들이 있지만 비상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픽업트럭을 지원차로 피트 지역에 세워두었기 때문에 그때그때 정리가 필요할 때도

거들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16
강전부터 4강전까지의 이야기를 모두 적으려면 글도 길어지고 지루해질 테니 간단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맹준우 선수의 차는 앞서도 밝혔듯이 91년식 닛산 240 SX입니다.  365마력을 내는

SR20
엔진을 장착했고 5단을 제거하여 4단으로 개조한 트랜스미션과 2Way LSD를 장비하고 있습니다.

차체는 방음재와 불필요한 무게를 덜어내고 파이버글래스 패널을 많이 적용하여 경량화를 도모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출전차들에 비하면 스펙은 떨어집니다. 



훨씬 가볍고 파워풀한 차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이것을 극복해야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은

자명합니다만 프로의 세계에서 하드웨어의 불리함은 상당한 마이너스 요소가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불리함을 딛고 근성과 실력으로 16강전과 8강전을 통과하는 동안 피트 에리어의

다른 드라이버들도 맹준우 선수를 응원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4강에 오르자 몇몇 드라이버들은 자기 일처럼 기뻐하더군요. 



피트에서 다른 드리프터들과 함께.  좌로부터 Vaughn Gitten Jr, Chris Forsberg, 맹준우



맹준우 선수는 3,4위전에서 패해 4위로 2전을 마무리했습니다.  포디엄에 올랐으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여러가지 불리함을 딛고 4위에 오른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일이었습니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며칠동안 운전하여 트랙에 도착하자마자 조금전까지 얼굴에 서렸던

피곤한 기색이 싹 사라지며 “Can’t wait to drive.”라고 이야기하는 목요일 아침의 그 모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저에게는 로드 아틀랜타에서 보낸 시간이 being in the right place at the right time

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였지요.





경기가 끝나고 그의 4위를 축하해주러 텐트를 방문한 팬들.  아마 경기 직후 가장 많은 팬들이 북적거린

곳이 맹준우 선수의 텐트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무척 기쁘면서도 슬며시 걱정이 되는 것이라면 저렇게 휴식 없이 내달리는 맹선수의 건강이었습니다.  

물론 해야 할 일들이 많기도 하고 성격 탓도 있겠지만 제가 깨어있는 동안 맹선수가 쉬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된 팀이 그가 드라이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준다면 저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될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들더군요.   

저 정도 재능과 열정에 적당한 지원까지 받는다면 상당히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사실 결승전이 있던 날 아침 리스 밀란이 맹선수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현대 자동차는 현재 좀 더

다양한 모터스포츠에 진출하기를 원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나는 현대뿐만 아니라 레드불의

후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드리프트에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일 다른 모터스포츠 종목에

대한 활동이 늘어나게 된다면 드리프트에 나 이외의 드라이버가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내 차를 네가 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단순한 립서비스일 수도 있지만 정말 그렇게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수주의자라서 한국인이 한국차를 몰고 국제 모터스포츠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맹선수가 재능있고 노력하는 드라이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터스포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인식이 부족하므로 어떻게 될 지 알 수는 없습니다. 

경주차에 태극문양과 무궁화, 그리고 우리나라 위인들의 이름을 써넣은 최명길 선수도 우리나라에서

스폰서를 구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허사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 안타까웠는데 말이죠.


사실 롱비치에서 맹준우 선수를 처음 만났을 때 현대자동차에 접촉해보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맹선수는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주요 자동차 업체를 컨택하지는 않았다고 하더군요. 

자신의 드라이버로서의 역량은 자신이 있다 해도 그것을 남들도 인정하도록 증명한 다음에 추후의

움직임을 선택한다는 것이 그의 태도였습니다.  올 시즌에는 그가 몇차례 포디엄에 오르고 실력을

인정받아 원하는 결과를 이룰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맹준우
선수의 웹사이트는 www.JoonMaeng.com 입니다.   맹준우 선수는 영어에 더 익숙한데다 그의
 
컴퓨터에 한글이 깔려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격려말씀이라도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 동영상은 지난 한주의 하이라이트랍시고 모아서 편집해본 것입니다.






PS: 
리스 밀란의 RMR 제네시스 쿠페는 16강전에서 탈락했습니다.   그와 같은 토요 타이어를 쓰던 다른

드라이버들도 탈락 내지는 실격이 되었는데 포뮬러 드리프트의 타이어 규정이 바뀐 것이었는지 아니면

토요 타이어에서 규정에 맞지 않는 타이어를 제공한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제네시스 쿠페는 이번이 두번째 출전이라 세팅이 불완전한 상황이어서인지 아직까지는 최강수준의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바탕으로 셋업이

이루어지면 달라지겠지요.  



아래는 보너스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