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딩이의 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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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 Cartoon

제가 본 자동차 만화들

풍딩이 2008. 9. 5. 10:56

수많은 만화들 중에 자동차를 주요소재로 삼고 있는 만화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들 아시는 이니셜 D나 카페타, 완간미드나잇 등을 비롯해 잘 알려진 자동차 만화는 일본

만화들이죠.  미셸 베이앙같은 유럽 자동차 만화는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제가 소장하고 있는 만화책들을 중심으로 자동차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니셜 D

자동차 매니아들 뿐만 아니라 일본 만화/애니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작품입니다.

초반의 신선함과 기발함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다음편이 나오는 기간이 길어지고 스토리도

조금 늘어지는 듯 하지만 여전히 지명도와 흥미유발이라는 측면에서는 높은 지위를 고수하고

있는 만화라고 생각합니다.  컵의 물을 쏟지 않는 운전이라는 것도 멋있는 설정이었고 도랑타기

같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아도 실존하는 테크닉을 멋지게 집어넣은 것을 비롯해 작가가 실제로

자동차에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 많이 보이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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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의 도랑타기(이니셜 D 한국어판 2권 중에서.  학산문화사)

도랑타기는 만화 속 상상이 아닌 실존하는 운전테크닉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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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작고하신 폴 프레르 선생님이 포르쉐 356 운전자에게 배수로를 활용하도록 지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실제 차량과 드리프트에 대한 고증을 위해 츠지야 케이치씨등에게 많은 자문을 받는다고 하죠. 

츠지야씨는 애니메이션에서도 분타와 전화통화하는 친구로 까메오 출연한 적도 있습니다.

타쿠미와 프로젝트 D가 어디까지 성장해나갈지, 작가가 결말을 어떻게 맺을지 궁금해집니다.


리스토어 개리지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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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명이 다했거나 많이 낡아 버린 구식 자동차를 새 차처럼 복원 수리하는 리스토어 장인

사토미 유메지로와 그가 리스토어하는 자동차, 그리고 의뢰를 맡긴 차주의 사연 등이 어우러져

잔잔하면서도 감동이 있는 작품입니다.  그림체도 사실적이고 캐릭터들도 입체적이며 자동차에

대한 배경이야기도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나와있지요.  레이스의 세계를 다루는 박진감은 없지만

정말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자동차 매니아라면 자동차 이야기로, 차에 관심이 없다면 사람들의

이야기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만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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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토어 개리지 251 16권 중에서. 학산문화사)

개인적으로는 이니셜 D보다 더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카페타

경제적으로 어려우면서도 드라이빙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통해 한고비 한고비 넘겨가며

포뮬러의 길로 다가서는 주인공을 다룬 성장만화입니다.  재미와 감동 모두 있는 작품이죠. 

이니셜D와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와있죠.  만화책으로 몇 권 구입해둔 상태에서

애니메이션을 다 봐버려서 지금은 만화책 구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버린 시리즈입니다만

정말 추천할만한 작품입니다.  만화책으로나 애니메이션으로나 다 강추입니다.


로드레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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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셜 D의 주인공 타쿠미는 만화 초반부터 이미 숙달된 운전실력을 갖추고 등장하지만

로드레이서의 주인공 료코는 첫회에서 면허를 따고 차근차근 자동차와 운전에 대해 알아나가는

캐릭터입니다.  물론 만화 주인공답게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고 주변 캐릭터들도 다

카매니아들입니다.  주요캐릭터들이 모두 여성이지만 모두 운전에 대한 조예가 깊죠.

25권까지 번역출간 된 뒤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일본에서 원작이 나오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시공사에서 번역본만 중단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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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랠리스트였던 중년의 주인공이 이미 퇴역한 미쓰비시 스타리온 랠리카로 고갯길을

타임어택 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려진 자동차 만화입니다.   전반적인 그림체는

깔끔합니다만 배틀이나 주행장면에서 자동차나 드라이버의 상황과 심리묘사는 좀

듬성듬성해서 자연스럽게 파악되기보다 머릿속에서 다시 한번 상황정리를 해야 조금 이해가

된다고나 할까요? (이건 제가 머리가 나빠서일지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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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 5권 중에서.  학산문화사)

그리고 작가와 출판사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원래 스토리 자체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좀

억지로 끝낸 것 같다는 허전한 여운을 남긴 만화였습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한번 보고 싶네요.


아스팔트 사나이

요즘 만화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식객'의 작가 허영만 선생님의

자동차 만화입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만화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대표작일뿐만 아니라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었죠.  식객을 보면 허영만 선생님이 만화를 그리기 위해 많은 취재를

하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만 아스팔트 사나이를 그리실 때는 취재원을 구하기 힘드셨는지

고증에서 좀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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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자면 자동차 회사에서 최고의 보안이 요구되는 디자인실을 아무나 문 하나 열고

드나드는 설정도 그렇고 (출처 아스팔트 사나이 제 1권, 팀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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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품평 최종단계에서 손바닥에 올려놓을 만한 작은 모델 두 개를 놓고 단번에

결정한다는 것도 실제와는 전혀 맞지 않는 부분입니다. 

디자인 과정에서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진 앞에서의 품평은 여러 번 거치게 되며

스케일모델도 그림속의 크기보다는 훨씬 큰 1/4 스케일을 사용합니다.

최종품평 단계라면 실차 크기의 모델이 사용됩니다.

(출처 아스팔트 사나이 제 1권. 팀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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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포르쉐 911의 앞뚜껑을 열면서 ‘이야! 터보엔진이군’하고 감탄하는 장면,
(출처 아스팔트 사나이 제 2권. 팀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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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스팔트 사나이 제 5권. 팀매니아)

미래형 태양전지차의 주차브레이크도 아닌 메인 브레이크가 케이블 방식인 것 등은 현실과

거리가 많이 있죠.  까칠한 카매니아의 투정으로 치부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그런 것까지

신경 쓰셨더라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좀 남습니다.


오 나의 여신님

자동차가 주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주인공이 자동차부에 소속된 공대생으로 설정되어 있어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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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산 문화사에서 출간한 한국어판 3권중에서..)


작가인 후지시마씨는 원래 기계제도를 하던 분이라고 하죠.  그 때문인지 기계에 관한 조예가

깊고 그런 성향은 작품 곳곳에 드러납니다.  이분의 다른 만화 ‘체포하라’도 자동차와 바이크

이야기가 심심찮게 등장하죠.  애니메이션 ‘eX 드라이버’도 이분이 캐릭터와 스토리를 짰다고

하네요.



 

건스미스 캣츠

보석으로 풀려난 뒤 도주한 사람들은 추적하는 바운티 헌터이자 사립탐정, 그리고 총포상

오너인 여주인공 랠리 빈센트와 폭약 전문가인 미니 메이, 두 주인공이 벌이는 액션에 자동차가

자주 등장합니다.  쉘비 머스탱이나 로터스 엘란 등을 비롯해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차도 다

흥미롭죠.

그림체는 다소 거친 듯 하면서도 시원스럽고 인물과 차의 동세가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교통사고 감정인 미스터 타마키

자동차 사고를 가장한 범죄, 목격자가 없이 가해자의 진술만이 단서인 교통사고 등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명탐정 같은 캐릭터가 주인공인 작품입니다.  주요 공간적 배경이 미국인데도 미국에

시판되지 않는 차들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고증이 부족한 느낌이며 그림체도

조잡하고 등장인물들도 대체로 평면적입니다.  나오는 캐릭터들이 좋은놈, 나쁜놈, 나빴다가

주인공에게 감동 먹고 한방에 급 착해진 놈…… 정도라고나 할까요?  또 배경지식을 설명할 때의

분위기도 무척 어색합니다.  차를 모르는 것이 당연한 캐릭터가 기초적인 질문을 했을 때

전문가가 대답해주는 설정이거나 이니셜 D에서처럼 고수들끼리의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배경지식이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레이스팀의 미캐닉이 카레이스의 기초에 대한 질문을

한다거나 하는 부분 등에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두 권 산 이후 콜렉션에 더 추가되지 않은

작품입니다.



논스톱 죽어도 좋아


제가 가본 만화방들에는 많이 나와있지도 않고 번역본도 늦는데다 만화책의 그림체도 제

취향은 아니어서 책으로는 그리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비해 애니메이션은 정말

명작이더군요.  대체로 책과 애니메이션 다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이 훨씬 낫다는

생각입니다.


 

이 밖에도 스피드, F, 원 앤드 온리 등을 비롯해 자동차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찾아보면 몇 편

더 있습니다.  우리나라 작품 중에서는 이현세 기획실의 마하라는 작품도 있었는데 설정이나

내용상에서 자동차에 대한 이해와 고증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다른 자동차

만화들도 몇 개 본 적은 있으나 이렇다 할만한 인상이 남지 않아서인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저도 나중에 극화체 캐릭터들을 그릴 수 있게 되면 좀 더 사실적인 자동차 만화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기본적인 줄기는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하던 아이들이 고등학교 때 서클활동을

하면서 서로를 알게 되고 그 멤버들이 각기 다른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또 누구는 유학을

하면서 각자의 이야기들이 비춰지다가 나중에 같이 모이는 방향으로 대강의 이야기 구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대 출신으로 자동차회사와 부품회사 연구직으로 가는

캐릭터들,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카트 수업을 받고 대학생 때부터 본격 레이서 활동을 시작하는

캐릭터, 메이저 업체보다는 일찌감치 튜닝에 뛰어드는 캐릭터, 미대에 진학한 뒤 자동차

디자이너의 길로 나가는 캐릭터, 그리고 자동차 저널리즘에 뛰어드는 캐릭터 등의 이야기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나중에 하나의 줄기로 합쳐질 수 있는 스토리로 구상해볼까 하고

있으며 자동차 업계에서 각 캐릭터들이 몸담고 있는 부분에 대해 좀 더 진솔하게 다루어보고

싶습니다.  그때가 되면 업계 각처에 있는 지인들을 통한 취재도 많이 해야 되겠죠. 

사실 지금까지는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대충 떠오른 구상에 불과하고 실제로 나중에 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지의 여부도 전혀 모르는 상태입니다.  지금의 제 그림체로서는 사실 이래저래

무리죠. (남자를 못그리는데…)  혼자 해내기 어려운 만큼 스토리작가, 인물 및 배경 그리는 분,

저 이렇게 팀을 이루어 그리는 것도 괜찮겠다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